올해 초 국내 중소기업 여럿이 해외 특허 단체로부터 비디오 코덱 H.265 특허 로열티 지불 경고장을 받았다. H.265는 압축률을 높여서 영상 효율을 높인 표준 특허다. 주로 CCTV와 블랙박스 등 기기를 다루는 업체가 활용한다.
앰펙(MPEG)LA, HEVC 어드밴스드, 벨로스미디어 등 3개 국제 특허풀이 로열티를 요구했다. 이들이 요구한 금액을 합하면 기기당 2달러 수준이다. 언뜻 보면 비싼 금액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기기당 지불해야 하는 것이어서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생산량이 늘면서 영세 중소업체에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최근 중국 업체와 경쟁이 격화하면서 국내 CCTV·블랙박스 업체가 소폭의 단가 상승도 부담이 되는 상황이다. 갑작스러운 로열티 납부가 경영 건전성을 위협할 수 있다.
국제 특허풀 요구를 부당하다고 할 수는 없다. 엄연히 보장된 권리인 특허에 기반을 둔 정당한 요구다. 문제는 중소기업이 특허 이해도가 낮아 로열티를 누적해서 큰 부담을 져야 하는 상황까지 몰렸다는 점이다. 국내 영세 기업이 기술 이해는 있어도 관련 특허에 대해 자세하게 이해하기 어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전문가는 “현재 우리 중소기업이 특허 이해도가 낮아 특허 로열티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최근 특허를 둘러싼 논란은 가열되고 있다. 경제 이득을 보장하고 연구 의욕을 높이기 때문에 산업에 미치는 긍정 효과가 크지만 비싼 로열티로 인한 부작용도 속속 나온다. '특허 괴물'로 불리는 전문 업체 활동이 많아졌다. 이들은 스타트업·중소기업에서 헐값에 특허를 사들인 뒤 글로벌 대기업 중심으로 소송을 통한 공세를 이어 간다. 애플, 삼성전자, 현대차 등 글로벌 대기업이 한 번씩 제소를 당했다. 애플은 최근 특허 괴물 버넷패스에 패소하기도 했다. 그만큼 특허 분석이 어렵다.
특허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많은 시간과 분석이 필요하다.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특허와 관련해 일일이 파악하기조차 어렵다. 특히 최근엔 산업군별로 정교한 특허가 속속 나오고 있다. 이들 특허에 대한 분석과 계몽이 필요하다. 중소기업을 돕기 위한 산업군별 특허 분석·지원을 위한 제도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변상근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