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책정'에 인공지능(AI)을 활용하는 사례가 일본에서 늘고 있다.
계절과 요일, 시간대에 따라 수급에 큰 차이가 나는 호텔 등의 숙박업과 대전 상대에 따라 관객수가 달라지는 프로 스포츠 경기 입장권 가격 책정에 도입이 활발하다.
수요가 많을 때는 가격을 올리고 반대의 경우 가격을 내려 수급을 조절하는 요금책정방식은 '다이나믹 프라이싱(dynamic pricing)'이라고 불린다. 이 분야 선진국인 미국에서는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가 이미 도입했고, 농구대회인 NBA와 미식축구대회 NFL 미국 4대 프로스포츠에서도 일부 도입하고 있다.
NHK에 따르면 일본에서도 스포츠 경기장 입장료에 다이나믹 프라이싱이 도입되기 시작했다. 프로야구 소프트뱅크 홈구장인 후쿠오카돔은 작년 시즌 일부 입장권 가격책정에 AI를 활용했다. 과거 3년간의 입장권 판매실적과 대전 상대팀의 순위 등의 자료를 토대로 경기별 입장객을 예측해 가격을 변동시키는 방식이다. 수익을 최대화려는 구단과 'AI 가격 책정'을 사업화하려는 야후가 제휴해 추진했다.
일본에서 다이나믹 프라이싱을 먼저 시작한 건 호텔업계다. 도쿄 쓰키지의 한 비즈니스호텔은 작년 9월부터 AI를 활용해 숙박요금을 책정했다. 그동안은 담당자가 매일 인터넷을 검색해 경쟁 호텔의 요금을 체크한 후 요금을 정했으나 경험과 담당자의 감에 의존하기 때문에 판단에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 호텔은 AI에 가격책정을 맡긴 후 요금책정에 걸리는 시간은 절반 이하로 줄고, 반면 수익은 늘었다.
이 호텔이 이용하는 요금책정 서비스는 시부야에 있는 벤처기업이 개발했다. AI가 인터넷에서 경쟁업체 요금과 예약상황 자료를 수집해 과거 판매경향과 함께 분석해 최적의 숙박요금을 제시하는 방식이다. 근처에서 열리는 콘서트나 이벤트 등의 개최상황도 감안해 수요를 예측한다. 그날 그날의 최적 요금을 1년 후까지 산출한 후 매일 당일 사정에 맞춰 요금을 변경한다.
AI 보급이 호텔업계부터 시작된 것은 호텔업계 특성이 AI 다이나믹 프라이싱에 가장 맞기 때문이다. 호텔은 시즌이나 요일에 따라 수요에 큰 차이가 나는데 비해 객실수는 정해져 있다. 반면 경쟁업체의 가격과 예약상황은 인터넷에서 손쉽게 파악할 수 있다. 서비스를 시작한지 반년만에 도입한 호텔이 1000여개에 달했다고 한다.
야후에서 독립해 이 벤처회사를 창업한 마쓰무라 사장은 스마트폰으로 가격을 비교하면서 항공권이나 기차표, 호텔 예약을 하는 사람이 늘면서 "판매가 디지털화돼 요금변경도 금세 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AI를 이용한 자동화가 확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자는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어 좋고 이용자도 혜택을 볼 수 있어 가까운 장래에 가격이 수급상황에 따라 순간순간 변화하는 시대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NHK는 인터넷을 통해 쉽게 가격을 비교할 수 있게 되고 SNS 등을 통해 개인이 자신의 의견을 널리 발신할 수 있게 되면서 "가격결정 프로세스에 대한 소비자의 영향력이 (과거에 비해) 현저히 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