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차원 문제"vs"직원-시스템, 제도 전반의 문제" 삼성증권 '유령주식' 원인에 엇갈리는 시선

삼성증권 '유령 주식' 배당 입력 사고를 둘러싸고 금융당국과 금융투자업계 시각이 갈리고 있다.

'회사 차원의 시스템 문제'라는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발언에서 나타난 금융당국의 시각과 규제 공백이라는 제도 전반의 허점이 드러난 사건이라는 업계 시각이 대비된다.

김기식 원장은 10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긴급 증권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이번 사건은 직원 개인의 실수로 (한정)하기에는 내부 시스템상 심각한 문제가 드러났다”며 “배당 이뤄진 후 37분이 지나고서야 거래중지 조처를 하는 등 사고에 대한 비상대응 매뉴얼과 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28억개가 넘는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 전산상으로 발행되어 거래된 희대의 사건”이라며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다른 문제도 야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반면 금융투자업계는 금융당국이 이번 사고를 회사 내부 시스템 문제로만 치부하고 있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고 당사자인 삼성증권 구성훈 사장도 시스템 문제와 직원 개인의 '모럴해저드'가 겹쳤다고 밝혔지만, 업계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번에 사고가 터진 우리사주조합 문제 등 감독당국이 사실상 방치했던 부문의 문제 발생 소지가 컸다는 분석이다.

삼성증권 배당 입력 사고 이후 실시한 금감원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증권사 대다수는 삼성증권과 마찬가지의 우리사주조합 배당 시스템을 운영한다. 금감원 차원의 기준이나 금융투자업계 자체 자율규제 조항이 없던 셈이다.

실제 우리사주조합 제도는 자본시장법이 아닌 근로자복지기본법에 따라 운영된다. 집합투자기구 등 자본시장법에서 규정하는 금융투자업이 아니어서 그간 숱한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감독 대상에 들어가지 않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우리사주조합이 자본시장법이 아닌 고용부 소관 법령에 포함돼 있는데다 차지하는 비중도 워낙 미미해 그간 어떤 규제도 없었다”며 “삼성증권 사태가 회사 실수로 발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모든 책임을 금융투자업계로 돌리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이번 사태가 공매도와 무관하다는 금융당국의 입장도 불만이다.

현행 주식거래시스템 상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지 않고서는 총 발행물량에 대한 집계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증권업계 IT 종사자는 “우리사주조합에 대한 배당 등도 여타 주식 배당처럼 예탁원을 통해 실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며 “공매도라는 제도가 남아 있는 이상 매초, 매분 단위로 쏟아지는 물량을 주식 총 발행량과 매번 비교해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번 사태를 단순히 회사 내부 시스템 문제로 돌리지 않고, 관련 제도 공백을 메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자본시장이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현실성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김기식 금감원장은 10일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과 삼성증권 등 증권사 대표 17명이 참석한 가운데 대책마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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