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명보험사가 1년 새 수십~수백 명 본사 직원을 내보냈다. 이 기간 보험 설계사도 크게 감소했다.
업황 부진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2021년부터 새로운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으로 자본확충에 비상이 걸리자 몸집 줄이기에 나섰다.
9일 금융감독원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25개 생보사 전체 임직원은 2만5391명으로 전년(2만6390명) 대비 약 1000명 가까이 감소했다.
업체별로 KDB생명이 전년 대비 281명으로 가장 컸다. 이어 현대라이프생명이 256명, 흥국생명이 205명 각각 줄었다. 생보사 빅3인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도 각각 97명, 25명, 51명의 직원을 내보냈다.
생보사 보험 설계사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 기준 25개 생보사 보험 설계사는 총 12만1233명으로 전년(12만5584명) 대비 4351명 줄었다. 특히 신한생명이 1년 새 1654명을 감축, 생보사 중 가장 많았다. 신한생명 관계자는 “보험업황이 어려운 상황에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과정에서 설계사를 줄이게 됐다”고 답했다.
손보업계와도 대비된다. 지난해 손보사 전체 임직원 수는 3만2446명으로 전년(3만1943명) 대비 503명 늘었다. 자동차보험 손해율 개선, 장기보험 실적 개선 덕분이다.
업계는 생보사 몸집 줄이기를 장기 업황부진과 함께 새로운 IFRS17 적용이 예정돼 있다는 점을 꼽았다.
보험연구원 '2018년도 보험산업 전망과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신계약 기준 보험계약 실적은 2007년 2820만건에서 2016년에는 1440만건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생보사 보험영업(수입보험료)도 전년 대비 4.9%(5조8709억원) 줄어든 113조9403억원을 기록했다. 보장성보험의 성장세가 7.1%에서 3.1%로 둔화하고, 저축성보험과 퇴직연금 수익성은 각각 12.3%, 4.5% 줄었다.
수익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해 생보사의 수익성은 총자산순이익률(ROA) 0.49%, 자기자본이익률(ROE) 5.73%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 2021년부터 IFRS17이 적용되면 보험사의 부채 산정방식이 변경돼 자본을 확충해야 한다. 즉, 보험상품 가입자와 계약했던 상품이 당초 목표수익보다 현재 마이너스라면 그 차익만큼을 추가 적립해야 한다. 특히 고금리 시절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대한 생보사 부담이 크다.
NICE신용평가는 지난해 말 금리기준 생보업계가 IFRS17 도입으로 추가 적립해야 할 부채 규모를 73조6000억원이라고 분석했다.
삼성·한화·교보 대형 3사는 56조원, 대형 3사를 제외한 국내사는 9조원, 외국사는 9조원 수준이다. 시장금리가 지난 2013~2014년 수준으로 완만하게 상승하면 추가 적립액은 51조원 내외까지 낮아지지만 역시 만만치 않은 금액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새로운 회계기준이 도입하면 부채 평가 기준이 원가에서 시가로 변경 된다”며 “이 경우 고금리 저축성 보험을 많이 판매한 생보사는 큰 부담을 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