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키피디아는 누구든지 참여가 가능한 인터넷 백과사전이다. 아무런 통제도 없고 편집자도 부재한 특징 탓에 처음 공개됐을 때 지식인의 비아냥이 뒤따랐고, 그 누구도 위키피디아 성공을 예측하지 못했다. 하지만 몇 년 후 위키피디아는 오랫동안 세계 최고 백과사전으로 군림해 온 브리태니커보다 140배 높은 이용률을 기록하며 브리태니커를 압도했다.
위키피디아가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대중의 참여가 있었다. 수동적으로 지식을 받아들이고 소비했던 예전의 모습을 벗어나 적극적이고 생산적으로 참여한 네티즌 집단지성이 브리태니커를 저술한 4000여명 박사보다도 훨씬 창조적이고 방대한 지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대중의 참여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화두가 되고 있는 스마트시티 구축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표하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개념은 국가, 지역, 경제수준 혹은 도시별 정책에 따라 다르고, 관련 정의만 해도 200여개가 넘지만 결국 도시 안에 살아가는 시민을 위해 존재한다는 공통의 지향점을 가진다. 따라서 스마트시티는 시민에게 ‘주어진 도시’가 아닌 시민이 주체가 되어 그들이 정말로 원하는 모습으로 만들어갈 수 있게 해야 한다.
하지만 시민을 주도적으로 참여시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자발적인 참여를 가능케 하는 스마트시티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물론 시민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를 수렴할 수 있는 스토리지 확보를 위해 클라우드 등의 기술이 수반돼야 하기 때문이다. 시민 참여에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한 이유다.
그렇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시민의 니즈를 반영한 데이터 기반의 ‘이니셔티브(Initiative)’<1>를 설정하고 실행함으로써 이들이 스마트시티를 직접 체감하고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 성공사례로 꼽히는 싱가포르는 경제 발전과 인구 급증에 따른 대중교통 이용객을 수용하기 위해 2030년까지 철도망을 두 배 확장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기존 철도 이용객들을 위한 해결책이 필요했고, 싱가포르 육상교통청(LTA)은 버스를 대안으로 삼아 피크시간 승객 밀집 지역, 승객 이동 패턴 및 대중교통 이용 가능성 등을 지리적 측면으로 분석해 이를 기반으로 버스 증편 운행 등 조치를 취했다. 그 결과 이용객이 매년 10만명 이상 증가함에도 불구하고 평균 대기 시간은 오히려 3~7분가량 단축시켜 시민들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제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때 놓치지 말아야 될 것은 이니셔티브가 원래의 목적에 따라 잘 진행되고 있는지, 그리고 시민들이 정말 체감하고 만족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시민들의 의견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양방향 플랫폼 등 시스템이 필요하다.
실제로 두바이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를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행정절차 간소화,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 수백여 개의 이니셔티브를 수행하고 있으며, 도시 곳곳에 ‘행복 계량기’를 설치하여 시민들이 온도·습도 등 환경과 청소 상태, 체감 안전도 등을 고려해 계량기에 행복 정도를 입력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행복지수는 90% 수준으로, 2021년까지 95% 이상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밖에도 전 세계 주요 도시들이 양방향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를 구축해나가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기반 기술인 GIS를 활용한 플랫폼이 주축이 되고 있다. 글로벌 GIS 기업 에스리(Esri)도 시민들에게 이니셔티브에 대한 정보 공유 및 오픈 데이터 제공은 물론, 의견을 수렴하고 참여시킬 수 있는 양방향 플랫폼을 통해 스마트시티 구축을 돕고 있다.
최근 한 간담회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스마트시티는 과거 공공주도 도시계획에서 탈피해 민간이 주도적으로 도시를 조성 및 운영하는 패러다임 전환을 의미한다며 시민 참여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스마트시티의 핵심은 언제나 시민이다. 하지만 신기술의 도입이나 더 눈에 띄는 성과 만들기에 급급해 그 본질을 잊어버리기 쉽다. 허울뿐만이 아닌 진정한 의미의 스마트시티를 만들기 위해선 '초심불망(初心不忘)' 자세로 단계적 접근을 취하면서 시민과 함께, 민간 주도적인 스마트시티를 만들 수 있도록 방향을 곧추세워야 할 것이다.
리차드 윤 한국에스리 사장
<1>이니셔티브는 목표달성을 위한 실행과제로써 도시 각각의 목표와 우선순위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스마트시티 성공사례로 꼽히는 두바이는 2021년까지 시민의 행복지수를 95%까지 끌어올려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도시를 세우겠다는 목표 아래 행정절차 간소화, 스마트 인프라 구축 등 수백여개의 이니셔티브를 수행하고 있다. 또한 ‘디지털 인디아(Digital India)’를 천명한 인도는 스마트도시 성숙도 모델을 만들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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