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관리 부실 지적을 받는 암호화폐 규정 정비에 나섰다.
일 재무성은 장차 국경을 초월한 물건과 서비스 거래 결제에 암호화폐 이용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관련 규정을 알기 쉽게 손보기로 했다. 암호화폐 해외거래 실태를 파악하기 쉽게 하고 자금세탁 등을 억제하기 위해서다.
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재무성은 6월에 외국환거래법을 개정, 해외 법인이나 개인간 3000만엔(약 2억9780만원) 이상을 지불할 때는 당국에 보고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일본은 작년에 자금결제법을 개정해 선진국 중에서는 처음으로 암호화폐를 현금과 함께 '지불수단'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형식상으로는 송금액이 3000만엔 이상이면 보고 의무가 부과된다.
그러나 '암호화폐 3000엔' 이상의 가치를 정할 기준이 없어 보고 누락 가능성이 제기됐다. 재무성은 보고의무 여부를 판단하기 쉽도록 기준을 명확히 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대금을 실제로 지불한 당일의 암호화폐 거래소 시세를 토대로 현금가치로 환산, 재무성에 보고할 의무가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를 들어 4일 현재 1비트코인은 80만엔 전후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40비트코인을 지불하면 3000만엔을 넘게 돼 보고의무가 발생한다.
참고할 시세가 없는 지명도가 낮은 암호화폐로 지불할 경우 암호화폐간 교환이 가능한 비트코인 등 주요 암호화폐 시세를 참고해 3000만엔 초과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재무성에 따르면 암호화폐가 법률상 지불수단으로 규정되기 전인 2017년 이전부터 외국환관리법에 따른 보고가 재무성에 접수됐다고 한다. 보고가 들어오기 시작한 건 2016년 중반부터이며 현재까지 1000건이 넘었다.
국내외 암호화폐 교환사업자간에는 암호화폐를 상호 빌리거나 빌려줄 때 지불액이 3000만엔 상당을 넘는 사례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 재무성에 현재까지 1년 반 동안 적어도 300억엔(약 2978억원) 이상의 거래가 보고된 셈이다.
다만 이런 자발적 보고는 전문 사업자 등 극히 일부일 가능성이 높다. 암호화폐 시장이 건전해지면 해외와 거래 결제에 암호화폐를 이용하는 법인과 개인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무성 외환실 관계자는 규정이 명확해지면 “자기도 모른 사이에 외환관리법을 위반하는 사례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