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가계 금융거래 여유자금이 역대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부동산 시장 호황으로 가계가 보유한 돈이 주택 구입으로 흘러갔기 때문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7년 중 자금순환(잠정)'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가계 및 가계에 봉사하는 비영리단체 순자금운용·조달은 50조9000억원으로 전년(69조9000억원)보다 19조원 급감했다. 2009년 관련 통계를 편제한 이래 가장 작은 수준이다.
비영리단체는 가계에 봉사하는 소비자단체, 자선·구호단체, 종교단체, 노동조합, 학술단체 등이다. 순자금운용액은 가계가 예금, 보험, 주식투자 등으로 굴린 돈(운용자금)에서 금융기관 등에서 빌린 돈(조달자금)을 뺀 금액이다.
우선 실제 주거용 건물 건설 투자액은 2016년 90조5000억원에서 지난해 107조3000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가계의 자금조달은 20조1000억원(143조8000억원→123조7000억원) 줄었다.
가계 자금조달에선 장기 차입금이 116조원에서 92조7000억원으로 축소됐다.
장기 차입은 주로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된다. 한은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정책 때문에 주택담보대출이 줄어든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신용대출이 많은 단기차입금은 26조4000억원에서 26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가계의 자금운용은 39조1000억원(213조7000억원→174조6000억원) 감소했다.
가계 자금운용에서 금융기관 예치금(92조6000억원) 15조9000억원 줄며 두드러지게 감소했다. 가계가 갖고 있던 예금을 깨 주택 구입에 사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소규모 개인사업자 포함)의 금융부채 잔액은 1687조3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20조7000억원 늘었다.
금융자산은 277조2000억원 증가한 3667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금융자산을 금융부채로 나눈 배율은 2.16배에서 2.17배로 소폭 상승했다.
일반정부는 세수호황 덕분에 순자금운용이 49조2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10조원 늘었다. 일반정부 순자금운용은 역대 최대였다. 지난해 소득세, 법인세가 역대 최대를 기록하는 등 국세수입(265조4000억원)이 전년보다 22조8000억원 늘어난 영향이다.
일반 기업을 뜻하는 비금융 법인기업의 순자금조달(조달-운용)은 14조4000억원이었다. 전년(2조4000억원)보다 12조원 늘었다.
한편, 지난해 말 국내 비금융부문의 금융자산은 1년 전보다 507조원 증가한 7831조1000억원이었다. 금융부채는 5118조1000억원으로, 191조1000억원 늘었다. 국외 부문까지 포함한 총 금융자산은 1033조1000억원 증가한 1경6515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박윤호기자 yun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