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수출 호조에도 불구하고 우리 수출 품목의 경쟁력은 외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우리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수출 경쟁력이 크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4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발표한 '2017년 우리 수출의 호조요인 분석-빅4 시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 수출은 중국·미국·EU·일본 등 4대 시장에서 모두 증가했지만 수출 경쟁력은 대부분 감소하거나 제자리를 맴돌았다.
특히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한국은 주요 수출국 중 유일하게 경쟁력 요인으로 인해 수출이 각각 감소했다. 중국에서는 4.0%, 미국에서는 1.6% 각각 감소했다.
한국이 중국의 최대 수입국임에도 제품 경쟁력이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한 반면, 미국과 독일은 중국에서 경쟁력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율이 각 4.4%를 차지했다. 일본도 1.7%로 시장 점유율이 늘어났다. 미국에서도 한국(-1.6%)만 후퇴했고 인도(5.0%), 중국(3.9%) 등의 경쟁력은 크게 향상됐다.
보고서는 “중국과 미국 시장에서 신흥국뿐 아니라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경쟁력도 개선된 점을 감안하면 한국의 수출 경쟁력 감소는 글로벌 트렌드라기보다 우리 고유의 문제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품목별로는 디스플레이와 휴대폰의 수출 경쟁력 하락이 두드러졌다. 자동차는 EU를 제외한 중국, 미국, 일본에서 부진했다.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일본, 대만, 중국 등이 점유율을 높였다.
다만 EU 시장에서는 우리 제품의 경쟁력 요인에 의한 수출 증가율이 12.6%를 기록하면서 선전했다. 유기화학품과 의료용품을 중심으로 화학공업제품의 경쟁력이 크게 개선됐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른 관세철폐 등으로 자동차의 수입시장 점유율이 소폭 상승했다.
일본 시장은 농수산물, 반도체 경쟁력이 개선된 반면 휴대폰, 자동차 등은 하락했다.
김건우 국제무역연구원 연구원은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과 미국에서 경쟁력이 2년 연속 수출 감소요인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우리 제품의 경쟁력 약화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주력 품목의 수출 경쟁력 회복과 동시에 신성장 품목의 수입시장 선점 노력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