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미 에모리대학, '헌팅턴병 돼지' 만들었다

신경 퇴행성 유전 질환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유전자를 지닌 돼지가 사상 최초로 만들어졌다.

헌팅턴병은 대부분 30~40대에 시작돼 10~20년에 걸쳐 서서히 진행하다 사망에 이르는 유전성 뇌 질환이다. 운동장애, 보행 이상, 발음 장애, 연하곤란(음식물 삼키기 어려움), 성격변화, 치매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얼굴, 손, 발, 혀 등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제멋대로 움직여 춤을 추는 듯한 모습이 나타나기 때문에 일명 '무도병'이라고도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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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미국 에모리대학 의대의 리스화 인간 유전학 교수 연구팀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CRISPR-Cas9)를 이용, 인간 헌팅턴병 유전자 결함을 돼지에 재현하는 방법으로 헌팅턴병의 다양한 증상을 거의 완벽하게 나타내는 '헌팅턴병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의 일간 텔레그래프 인터넷판과 사이언스 데일리가 지난달 31일 보도했다.

헌팅턴병은 헌팅틴 유전자라고 불리는 DNA 분절의 결함으로 발생한다. 이 DNA 분절은 뇌 발달에 중요한 단백질인 헌팅틴 생산을 지시하는데 유전자 결함으로 비정상 헌팅틴이 만들어지면서 뇌세포를 죽인다.

몸집이 큰 동물인 돼지에 헌팅턴병의 증상이 거의 그대로 나타나게 함으로써 헌팅턴병 치료법 개발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리 교수는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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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과학자들은 헌팅턴병 동물 모델로 쥐를 사용해왔으나 쥐 모델은 인간의 다양한 헌팅턴병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치료법 개발에 어려움이 있었다.

'헌팅턴병 돼지'는 특히 쥐 모델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증상인 운동장애와 호흡곤란을 보여주었다고 리 교수는 설명했다. 또 다른 뇌 부위보다 헌팅턴병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는 선조체(striatum)의 퇴행변화도 나타났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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