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VR 접목 헬스케어 시장 부상...규제 발목에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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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헬스케어 산업 영역에서 주목받는 키워드가 있다.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이다. VR·AR는 현실감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 접목 시도가 늘었다.

정보기술(IT) 헬스케어 융합 산업이 확대된다. 삼성 등 주요 기업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회사까지 IT 헬스케어 융합 시장에 뛰어든다. 서지컬마인드, 큐렉소, 길재소프트, 룩시드랩스 등 벤처가 VR·AR 기술을 접목해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했거나 개발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전 세계로 급속히 진행, 의료비 급증과 전문 인력 부족 등 문제가 발생한다. 문제를 해결하고 효율 의료 서비스 제공을 위해 VR 적용 헬스케어 산업이 떠오른다. 세계 메디컬 VR·AR 시장은 지난 2016년에 각 6억9420만달러, 10억9000만달러 규모였다. VR 시장은 2019년 22억3000만달러, AR 시장은 2022년 241억6291만달러로의 성장이 전망된다.

VR는 특정 상황을 디지털화한 VR 세계에서 사람이 실제 주변 환경·상황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만든 기술이다. AR는 현실 세계에 가상 정보를 부가하는 기술이다. VR는 외과 수술이나 재활뿐만 아니라 중독, 외상후스트레스증후군(PTSD) 등 정신과 영역에서 쓰인다.

구글·삼성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페이스북, 소니, 인텔 등이 기술 개발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사활을 걸고 있다. 국내에서도 VR 응용 헬스케어 기기 개발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삼성은 재활 영역에 뛰어들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기업과 공동으로 VR를 활용한 재활과 통증 치료 기술을 개발한다. 미국에서 환자에게 연구 효과를 검증한다. 기어VR, 기어핏2 등 기기를 활용한 '디지털 통증 완화 키트' 효과를 시험한다.

삼성전자 북미법인과 미국 트래블러스 보험사, 글로벌 제약업체 바이엘, 척추전문병원 시너스시나이, 어플라이드VR 등이 손잡았다. 허리나 팔다리 골절 등 정형외과 부상자 대상 VR 치료 효과를 연구한다. 디지털 통증 완화 키트는 VR와 웨어러블 기기 및 저주파 치료 등을 혼합해 환자 심리 상태를 편안하게 하고, 약물을 대신해 통증을 완화시킨다. 만성통증 환자에게는 VR로 심리 안정을 제공한다. 웨어러블 기기는 환자 상태의 실시간 파악에 활용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지원하고 중앙대 산학협력단이 주관하는 '의료ICT융합컨소시엄'은 8개월 동안 VR 기술을 활용, 재활 효과를 높이는 '재활지원 가상현실 콘텐츠와 시스템'을 개발하고 1년 동안 임상시험을 추진했다. 호남대 물리치료학과는 휴먼아이티솔루션과 의료ICT융합컨소시엄 사업 협력 과제 VR 기반 인지재활치료 서비스를 개발했다. 광주 소재 재활요양병원과 노인복지관에서 뇌졸중 환자 가운데 편측마비 환자, 시지각 손상(편측무시) 환자 대상으로 평가를 진행했다. 위즈너는 VR 기반 노젓기 운동과 사이클 스포츠재활 서비스를 개발, 사용자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스마트 재활 스타트업 네오펙트는 뇌혈관질환, 어깨결림 등 신경계와 근골격계 환자의 재활훈련 지속 솔루션이 주력 사업이다. 라파엘 스마트 글러브는 뇌졸중 등 중추신경계질환 환자가 다양한 재활 훈련 게임으로 손가락, 손목, 아래팔 기능의 재활 훈련을 하도록 개발된 치료용 의료기기다.

서지컬마인드는 VR 백내장 수술 시뮬레이터를 개발한다. 수술 시뮬레이터는 실제 사람 눈의 구성 요소와 움직임을 완벽하게 구현, 1㎜ 이하 정밀도를 갖춘 시뮬레이션 도구로 백내장 수술을 연습한다. 11월쯤 업데이트를 거쳐 내년에 정식 버전을 출시한다. 서지컬마인드는 2013년에 설립된 VR 게임업체 매니아마인드의 자회사로 출범했다. 의사들이 VR 기술로 수술법과 술기를 훈련하는 수술 시뮬레이터를 개발한다.

의료용 로봇 개발업체 큐렉소는 보행재활로봇 모닝워크를 개발했다. 보행에 불편을 겪는 환자의 재활 치료와 회복을 위해 개발된 보행재활로봇 시스템 모닝워크로 재활치료 환자의 흥미와 치료 효과를 높여 줄 'VR 소프트웨어(SW)'를 개발했다. 환자는 앞만 보고 걷는 지루한 재활 치료가 아니라 게임 하듯 VR 숲길과 공원 화면을 보면서 재활 치료를 받는다.

길재소프트는 임부가 VR로 태아를 볼 수 있게 만든 병원용 VR 피터스(Fetus)와 임부 애플리케이션(앱) 1.0을 개발했다. 제품은 임부가 태아의 3차원 영상을 VR로 생생하게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전용 앱을 통해 영상을 저장, 공유, 편집한다. 이르면 이달 베타버전 제품을 시장에 출시한다.

고위험 알코올중독자 치료를 위해 정부도 올해부터 VR 치료 프로그램을 도입한다. 법무부는 올해 1월부터 전국 10개 보호관찰소에서 알코올 중독 보호 관찰 대상자를 상대로 VR치료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메딕션 컨소시엄이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의 지원으로 VR 치료 프로그램 구축 사업을 지난해 11월 완료했다. 법무부는 알코올 문제로 법원에서 보호관찰, 수강명령, 치료명령을 선고받은 사람 가운데 고위험 알코올중독자 약 5000명에게 VR 치료를 적용한다. VR 콘텐츠를 활용한 의료 분야 교육 훈련에서 실증 데이터가 축적돼 교육 훈련의 유효성이 입증되면서 VR 기반 의료 분야 교육 훈련이 확대된다.

앞으로는 치료 외 건강관리 예방 수요 증가로 웨어러블 디바이스와 연계된 헬스케어 VR, AR 기기 개발이 증가한다.

국내 제도는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시장 성장과 함께 연구개발(R&D) 성과가 나오지만 그에 맞춘 허가 및 규제는 개발 속도를 따라오지 못한다. 미성숙한 국내 의료 시장 때문에 글로벌 시장 진출을 먼저 택한 회사도 있다.

사용자 뇌파 분석 VR 플랫폼을 개발한 룩시드랩스는 국내보다 해외 시장을 중점 공략한다. 룩시드랩스는 'CES 2018 최고 혁신상'도 받았다. 국내 기업이 헬스케어 분야에서 글로벌 테크 기업과 경쟁하기 위해 과감한 규제 완화를 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1일 “환자는 첨단 기기가 적용된 의료기기로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의료계 적용에 맞춘 수가 논의 등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면서 “기업이 혁신 제품을 개발하면 여기에 발맞춘 수익을 얻어 또다시 R&D에 재투자하는 수익 기반을 수가 등을 통해 보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미국 등 선진 시장에서는 VR 기기를 활용해 각종 중독 질환이나 우울증 등을 치료하고, 이에 기반을 둔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면서 “개발 속도에 맞춘 규제 완화가 요구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내에서 VR·AR 기술이 적용된 의료기기가 허가된 사례는 없다. 미국은 마비 등 질환이 있는 환자의 재활을 위한 제품을 허가했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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