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활동 중인 3500여개 유한회사 경영 정보가 내년 말 공개될 전망이다. 주식회사에만 부여하던 외부감사·공시 의무를 유한회사로 확대하는 법이 시행되기 때문이다. 구글, 페이스북, 루이뷔통과 같은 다국적 유한회사가 포함될지 주목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시행령을 확정했다. 내달 초 입법예고에 나선다. 법 시행은 2018년 11월 1일이다. 국회 논의와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칠 계획이다. 유한회사는 2019년 11월 1일 이후 사업연도부터 외부감사를 받는다.
정부는 '포괄 네거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업 유형을 가르지 않고 모두 외부감사 대상에 넣은 뒤 소규모 회사를 빼는 방식이다. 주식회사와 유한회사 간 형평성을 맞췄다. 이 제도를 먼저 채택한 영국, 독일, 호주, 싱가포르 사례를 참고했다.
소규모 회사 판단 기준은 △자산 100억원 미만 △부채 70억원 미만 △종업원 수 100인 미만 △매출액 100억원 미만 네 가지다. 세 가지 이상 조건을 충족하면 소규모 회사로 분류돼 의무에서 빠진다.
주식회사에 적용됐던 기존 외부감사 규정은 △자산총액 120억원 이상 △자산총액 70억원 이상이고 부채총액 70억원 이상 또는 종업원 수 300명 이상 △주권상장법인 또는 주권상장 예정법인이다.
정부는 시행령 확정에 앞서 변화에 따른 시장 영향을 분석했다. 국세청 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조사 결과 유한회사 3500여곳, 주식회사 700여곳이 외부감사·공시 의무 대상에 추가됐다.
그러나 다국적 유한회사가 경영 정보를 공개할지는 미지수다. 이들은 그동안 공시 의무가 없다는 점을 활용, 세율이 낮은 국가로 수익을 옮겨 세금을 회피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매출, 종업원 수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법망을 빠져나갈 수 있다.
다만 구글은 국내에서 재작년 1940억원, 지난해 2671억원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자산, 부채, 종업원 수는 베일에 쌓여있지만 매출 규모가 2000억원이 넘는다면 소규모 회사로 분류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구글코리아 관계자는 “매출을 공개한 바 없다”며 “아직 확정안이 나온 상황도 아니어서 관련 견해를 내놓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는 “(구글, 페이스북을 포함해) 시장에 많이 알려질 만큼 규모가 큰 회사라면 기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며 “거대 기업을 포함시키면서 시장 혼란은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시행령을 설계했다”고 전했다.
임재광 법무법인 양재 회계사는 “이번 개정 작업을 통해 유한회사에 유리하던 외감법 규정이 크게 보완됐다”며 “다만 논란이 돼온 외국계 대기업이 투명하게 재무 정보를 공개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외감법 개정 취지대로 주식회사와 유한회사에 차등을 두지 않는 외부감사, 공시 대상 기준을 마련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유한회사 형태 다국적기업에 제기돼온 세원잠식, 기업경영 투명성 및 책임성 문제가 해소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의 엄격한 집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