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애플을 상대로 제기된 60건 개별 소송을 한 개 '집단소송'으로 전환하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국내에서는 6만3000여명이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 소송이 제기되는 등 애플에 대한 소비자 분노가 극에 달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이후 미국 법원에 제기된 애플 상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은 60건에 이른다.
미국에서 60건 개별소송을 집단소송으로 전환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원고 규모와 청구 금액이 상이한 개별 소송을 병합, 아이폰 소프트에어(SW) 업데이트로 피해를 입은 소비자가 동일하게 보상받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집단소송은 대표 당사자가 소송을 이끌고 판결에 따라 피해 집단이 동일하게 보상받는 방식이다. 법원이 전체 피해자 손해를 통계·표본 방법으로 산정한다. 원고가 승소하면 불특정 다수의 소비자가 입은 피해도 구제한다.
2012년 아이폰4 안테나 결함을 호소한 미국 소비자는 애플에 집단소송을 제기, 애플로부터 1인당 15달러씩 보상 받았다. 당시 집단소송은 아이라 로스켄 변호사가 이끌었고 애플로부터 총 3억1500만달러를 받아내는데 성공했다. WSJ은 아이폰 성능저하 업데이트로 제기된 애플 개별 소송이 2012년 안테나 게이트 소송 건수의 3배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소비자주권시민회의 108명(1월 11일·인당 220만원) △법무법인 휘영 403명(1월 26일·인당 30만원) △소비자주권시민회의 401명(3월 8일·인당 220만원) △법무법인 한누리 6만3767명 (3월 30일·인당 20만원) 등 애플을 상대로 한 4건 소송이 제기됐다. 공식 집계된 소송 참여인원은 6만4679명이다.
소송은 원고와 피고가 각각 피해 내용, 반박 내용을 담은 서류를 법원에 제출하면서 개시된다. 법원이 서면공방을 마무리하고 재판을 열어도 된다고 판단하면 양측 의견을 수렴해 일정을 잡는다. 피고가 잘못을 인정하면 재판은 조기에 마무리되지만 인정하지 않을 경우 수년간 장기 법정공방이 불가피하다. 앞서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잘못을 전면 부인, 소송 장기전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미국과 같은 방식의 집단소송 제기가 불가능하다. 국내 집단소송제는 증권분야에서만 일부 적용, 일반 소비자 피해 소송은 제기할 수 없다. 법무법인 한누리는 집단소송제도를 적용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확대 적용을 촉구했다.
한누리는 “소송참여희망 접수단계에서 40만명이 넘는 아이폰 고객이 신청했지만 실제 위임계약을 체결하고 증빙자료를 제출받는 과정에서 7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이어 “집단소송제가 도입되면 피해자 중 단 1명만이라도 전체 피해자를 대표 소송을 제기할 수 있어 소송 제기단계에서 다수 피해자가 소송을 포기하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재필기자 jpchoi@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