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양강 메르세데스-벤츠와 BMW에 이어 최근 시장에 복귀한 아우디까지 할인 판매에 나서며 할인 경쟁이 치열하다. 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할인은 반가운 일이지만, 가격 거품과 중고차 가치 하락 등 수입차 시장 신뢰도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벤츠와 BMW가 E클래스, 5시리즈 일부 모델에 1000만원대 파격적인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아우디가 지난달 26일 출시한 A6 2018년식 모델을 최대 1600만원 할인해 판매하고 있다.
아우디 딜러(판매)사들은 A6 2018년식 모델을 대상으로 파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6170만~6820만원에 판매되는 A6 35 TDI 2018년식 모델 구매 시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 금융상품을 이용하면 최대 1300만원을 할인한다. 여기에 타던 차량을 인증 중고차 사업부에 매각하는 트레이드인 할인 방식을 더하면 300만원을 추가 할인해준다. 최대 할인폭이 1600만원에 달하는 셈이다.
수입차 상위 업체들이 기본 할인에 트레이드인 할인을 추가로 내놓으면서 가격 거품에 대한 지적도 제기된다. 출시 당시 판매 가격을 높게 설정하고, 특정 계열사 금융상품 이용을 유도하며 과도한 할인 정책을 펼치고 있어서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할인에 대한 실익이 크지 않을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일부 업체들은 리스 등 계열사 금융상품 이자율을 높게 책정해 할인 금액을 보존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기존 차량 구매자들의 잔존가치 하락도 우려된다. 중고차 시장 특성상 할인된 신차가 시장에 쏟아지면 자연스레 중고차 시세도 하락하게 된다. 구매 시기에 따라 신차급 중고차가 2~3년된 중고차보다 낮은 가격에 판매되는 현상이 발생하기도 한다.
할인 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입차 시장이 일부 상위 업체로 편중되는 현상도 두드러지고 있다. 벤츠와 BMW는 올해 1~2월 2만5226대를 판매해 수입차 시장 절반 이상을 점유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완성차 업체인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판매량을 앞지르기도 했다.
벤츠와 BMW가 수입차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판매량 면에서 시장 지배적 위치에 있는 만큼 양사 가격 정책은 업계에 민감한 사항이다. 할인 경쟁으로 딜러사는 다른 딜러사와 개인 딜러들은 다른 딜러들과 제살깎기식 경쟁에 내몰리고 있다.
월 판매량이 500대 미만인 하위 업체들은 판매가 더 어려워졌다고 토로한다. 판매 규모가 10배가 넘는 상위 업체들이 과도한 할인으로 물량 공세를 펼치면서 하위 업체들도 정찰제를 유지하기 어렵게 됐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상위 업체들은 높은 판매량을 바탕으로 할인에 대한 여력이 있지만, 하위 업체들은 할인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되고 있다”면서 “상위 업체들이 가격 거품을 빼고 정찰제 정착에 앞장서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연 자동차 전문기자 chiye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