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세브란스병원이 '꿈의 암 치료'라고 불리는 중입자 치료를 2022년부터 제공한다. 국내 최초이자 세계에서 11번째로 중입자 치료기기를 보유한다. 기존 문제점을 개선해 암 치료 패러다임을 바꾼다.
연세의료원(원장 윤도흠)은 연세대 백양누리 그랜드볼룸에서 도시바와 중입자 치료기 계약 체결식을 개최했다고 29일 밝혔다.
중입자 치료기는 탄소원자를 빛의 70% 속도로 가속한 뒤 환자 암 조직에 투사한다. 암 조직에 닿는 순간 방사선 에너지를 방출해 암 세포 DNA를 죽인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작년 4월 히타치와 중입자 치료기 도입 '사전추진협약서(LOI)'를 체결했다. 본 계약 조건 등에 이견이 생겨 무산됐다. 2017년 7월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와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위한 임상, 연구, 교육 등을 준비했다. 도시바와 최종 계약을 체결하면서 5년간 노력이 결실을 맺었다.
중입자 치료기는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 뒤편 주차장에 지하 5층, 지상 7층의 건축물에 들어선다. 일반적으로 중입자 치료기는 중입자 가속기(싱크로트론), 치료 장비(회전 갠트리)로 구성된다. 축구장 1개 크기다. 도시바는 초전도 자석 등 첨단 기술을 개발해 3분의 1 수준까지 줄였다.
연세 세브란스병원은 세계 최초로 치료 장비를 2개 룸으로 구성한다. 반입 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토목공사 기간 동안 설계를 완성해 건축공사까지 진행하는 '패스트 트랙' 방식으로 진행한다. 첫 번째 치료실은 2022년 하반기에 오픈한다.
윤도흠 원장은 “중입자 치료기를 오픈하는 2022년은 세브란스병원이 국내 최초로 방사선 치료를 실시한지 100년 되는 해”라며 “암 정복 포트폴리오를 완성하고 암 치료를 위해 일본, 유럽 등 해외까지 이동하는 국민에게 첨단 암 치료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입자 치료기는 양성자보다 질량이 12배가량 무거워 암세포 사멸률이 3배 이상 높다. 체내에 방사선을 남기지 않는 것도 장점이다. 모든 암에 적용 가능하다.
치료기간도 줄인다.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는 평균 30회 치료를 받는다. 중입자 치료는 평균 12회에 불과하다. 초기 폐암은 1회, 간암 2회, 전립선암이나 두경부암도 3주내 치료가 끝난다.
일본 NIRS는 췌장암 환자에게 수술 전 중입자 치료를 시행한 결과 5년 생존율이 53%까지 향상됐다. 수술이 불가능한 췌장암 환자는 항암제와 중입자 치료를 병행할 경우 2년 생존율이 10% 미만에서 66%까지 향상됐다. 일본은 총 5대의 중입자 치료기를 보유한다. 독일과 중국이 2대, 이탈리아가 1대를 보유 중이다.
암 치료효과와 해외 원정 치료에 드는 비용을 줄인다. 시스템은 세계 최초로 회전 갠트리와 고정식 갠트리로 구성된다. 360도 회전으로 모든 각도에서 중입자 조사가 이뤄진다. 연간 1500명 이상이 치료 받을 전망이다.
통상 일본, 독일 등으로 중입자 치료를 받으려면 1억원 이상 소요된다. 작년 기준 일본 NIRS로 치료를 떠난 한국인 환자는 26명이다. 윤 원장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 암 치료인 중입자 치료기로 환자 중심의 진료를 실현할 것”이라며 “우리나라 최초로 암센터를 개설해 암 치료 새 장을 열었던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기로 암 치료 혁신의 시대를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