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구글 상대로 오라클이 제기한 수십억달러 규모 기술 침해 소송에서 이전 재판 결과를 뒤집고 오라클 손을 들어줬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송은 8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0년 오라클은 구글이 안드로이드 운용체계에 오라클 자바 프로그래밍 코드를 사용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했다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오라클에 따르면 2000년대 중반 구글이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고 저작권으로 보호된 자바 기술의 주요 부분을 모바일 운용체계를 만들기 위해 활용했다. 구글이 자바 프로그래밍 안에서 1만1000개가 넘는 소프트웨어 코드를 불법 복사했고 이를 통해 세계 20억대 이상 모바일 기기에 보급된 안드로이드 체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구글은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로 알려진 공개 소프트웨어를 이용했고, 해당 API가 '공정 사용' 대상인만큼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미국 저작권법에는 저작권자 허가를 구하지 않고 제한적으로 이용이 허용되는 공정 사용 개념이 명시돼 있다.
오라클과 구글은 이미 두 번의 재판을 치렀다. 직전 재판이었던 2016년 캘리포니아 법원에서 배심원들은 자바 코드 사용은 연방 저작권법에 따라 공정 사용으로 허용된다고 판결했다. 이날 항소심은 이를 뒤집은 것이다.
오라클은 구글 상대로 90억달러(약 9조6000억원) 상당의 배상금을 요구했다. 이 금액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소송 결과가 저작권 공정 사용을 제한해 소프트웨어 산업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개발자들이 자바 및 기타 저작권이 있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신제품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기술적으로도 복잡해질 가능성이 제기됐다. 신생 기업이 API를 이용해 새로운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는 행위가 제한될 수 있다.
파멜라 사무엘슨 UC버클리 지식재산권법학 교수는 소송 결과가 신생 기업의 소프트웨어 개발에 찬물을 끼얹는 최악의 상황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API 무단사용에 대한 새로운 소송뿐 아니라 API 사용 라이선스 비용을 요구하는 대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외신은 구글이 재판 결과에 불복, 연방 대법원에 재심을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