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EMP 대응 구축 움직임..."가이드라인·공동 대응책 선행돼야"

금융권이 올해 전자기펄스(EMP) 공격 대비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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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27일 업계에 따르면, 제1금융권이 EMP 차폐 시스템 도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EMP 공격을 받으면 금융전산망이 멈출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EMP는 핵폭발로 형성되는 전자기 충격파다. 과전류를 흘려보내 전자회로를 파괴한다. 최대 반경 1000km 이내의 전자기기가 모두 마비된다. 금융망 마비로 거래 기록 유실 시 최소 10조원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국책은행과 시중은행이 고객 정보 보호책을 자체 마련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올해 내로 EMP 방호필터를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적용 범위와 예산은 미정이다. 이달 중순 관련 세미나를 개최하고 은행권이 요구한 '공동 데이터 백업센터' 구축 방안도 검토한다.

산업은행은 부천 재해복구(DR) 센터에 EMP 차폐 시설을 적용한다. 3~4분기에 해당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예산 5억원을 책정했다.

시중은행에서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 KEB하나은행이 채비를 시작했다.

KB국민은행은 통합 주전산센터에 EMP 차단 시스템을 일부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통합 주전산센터는 김포 한강신도시에 신축된다.

우리은행도 도입 의사를 내비쳤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올해 내로 주 전산센터에 EMP 차폐 시스템 구축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면서 “향후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12월 EMP 공격 관련 초기 복구체계를 구축했다. 다만, 거래 기록 보호 방안으로는 차폐 시스템 구축 대신 데이터 소산 대책, 해외 백업 센터 활용을 검토하고 있다.

EMP 대책 마련과 함께 금융권에서는 EMP 강도(kv/m), 방호 시스템 적용 범위 등 세부 기준 마련과 공신력 있는 기관의 검증 필요성을 제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주전산센터 전체에 차폐 시스템을 적용하려면 수천억원이 필요한데 이는 은행 개별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며 “그 정도 비용을 들여 설치한다 해도 향후 정부 표준에서 벗어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어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배포와 한국은행 주도 공동 대응책 마련 등이 선행돼야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 정부로부터 EMP 취약점 평가 기준 가이드를 받았으며 이를 금융권에 어떻게 적용할지 금융위원회와 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국가정보원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최근 '2018년 (금융권 포함) 주요 정보통신 기반 시설 EMP 취약점 분석 평가 기준'을 금융당국 등에 전달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이를 기반으로 하반기 금융권 EMP 차폐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함지현기자 goham@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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