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페이스북에 대한 3억9600만원 과징금 제재는 글로벌 기업의 국내 이용자보호와 공정거래 의무를 확인하는 결정이다. 유사한 갈등을 겪는 글로벌 국가가 주목했다.
그러나 제재 수위와 관련 페이스북의 국내 시장 영향력에 비해 솜방망이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글로벌 기업에 법률적·사회적 의무를 제대로 부과하기 위해 고정사업장 제도 변경과 지정대리인 제도 등 실효성 있는 글로벌기업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고조될 전망이다.
◇과징금 제재
방송통신위원회의 페이스북에 대한 과징금 제재는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제재로는 3번째이자 전기통신사업법 적용은 최초다.
앞서 방통위는 2011년 위치정보법 위반과 관련 애플에 과징금 300만원, 구글에 단순 시정조치를 내렸다. 2014년에는 구글 스트리트뷰 개인정보 무단수집 건에 대해 정보통신망법 위반으로 2억123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페이스북에 대한 3억9600만원 과징금은 역대 최대이자, 전기통신사업법을 적용한 최초 사례가 됐다. 글로벌 기업에 이용자 보호와 통신사업자와 공정 거래 의무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확인한 결과다. 우리나라와 유사한 갈등을 겪는 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도 '레퍼런스'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역대 제재와 마찬가지로 국내 일평균 1200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 제재 수위가 낮다는 비판은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조사에 성실히 임한 점과 조사기간 접속경로를 원상복구한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글로벌 기업에 대한 제재가 '솜방망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하는 것은 법망을 피해 편법을 넘어 불법을 저지르는데도 고정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정부가 제대로 규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정사업장은 국내법에 근거해 우리나라 정부에 등록해야 하고 국내 법을 적용받는 근거가 된다. 정보통신기술(ICT)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국내에는 유한회사 형태로 소규모 조직과 캐시서버와 같은 비필수 장비만을 운영하고 서버 등 핵심 설비를 해외에서 운영하며 고정사업장 규제를 피해가는 실정이다.
◇근본 대책은
페이스북 제재를 계기로 고정사업장에 대한 개념 변화를 통해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통신사 고위 임원은 “메인서버는 물론이고 캐시서버까지 고정사업장에 포함하는 강한 규제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세금, 망 이용대가, 개인정보 해외유출 등 문제를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지난해 8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기획재정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금융위원회 등 유관부처가 인터넷 기업 역차별 해소를 위해 머리를 맞댄 뒤 두 차례 회의를 개최, 고정사업장 문제에 대응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글로벌 차원에서 고정사업장 개념 변화가 필요하다는 문제의식 아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추진하는 고정사업장 개정 논의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 결과를 국내 규제체계에 반영하기로 해 의미 있는 성과가 나올지 주목된다.
글로벌 기업 제재 실효성 확보를 위해 '지정 대리인제도'도 중요한 대안으로 손꼽힌다. 지정 대리인은 한국에서 벌어지는 모든 법적 문제를 전담하는 주체로, 외국 사업자와 우리 정부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며 책임과 의무가 부여된다.
국내 지사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해 이메일을 통해 글로벌 기업 본사와 문제를 해결하던 관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운영하는 인터넷상생발전협의회(협의회)에서도 지정 대리인 제도 법제화를 역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핵심 의제로 논의 중이다.
아울러 부가통신사업자 등록과 규제체계 전반에 대한 개혁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부가 기준을 마련해 특정 규모 이상 사업자를 부가통신사업자로 등록을 의무화하고 불공정, 이용자 피해와 관련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페이스북에 대한 제재는 전기통신사업법 사상 최초”라면서 “협의회를 통해 역차별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가시적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표〉역대 방송통신분야 글로벌기업 주요 제재 사례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