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자율주행 중인 차량에 보행자가 치어 숨지는 사건이 19일(현지시간) 처음 발생했다. 미국의회에는 즉각 자율주행 기술을 상대로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고, 사고 차량 업체인 '우버'는 또 다시 초대형 악재에 휩싸이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글로벌 완성차나 IT업계에도 이번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율주행차 도입에 대한 우려가 세계로 확산될 조짐이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19일 미국 애리조나주 템피시에서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인 우버가 시험운행 중이던 자율주행차에 40대 여성 보행자가 치여 숨졌다.
문제의 차량은 운전석에 운전자가 앉은 상태에서 자율주행 모드로 운행 중이었으며, 사고 현장을 보행자 주의가 필요한 구역으로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버는 사고 직후 북미 전역에서 자율주행 시험운행을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 같은 크고 작은 사고가 최근 몇 년 간 수차례 반복되면서 비판 여론을 들끓고 있다.
우버는 지난 2016년 12월 펜실베이니아 주 피츠버그에서 자율주행 차가 도로 옆 바리케이드를 들이받는 사고를 내면서 시범운영을 중단했다가 이듬해인 2017년 3월 슬그머니 재개했다. 하지만 같은 달 애리조나 주에서 사고가 반복됐다. 당시 우버 택시 한 대가 자율주행 모드로 운전하다 옆 차량과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테슬라도 자율주행 상태에서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를 냈다. 2016년 6월 플로리다주 고속도로에서 테슬라 '모델S' 운전자가 오토파일럿 모드로 달리던 중에 트레일러와 충돌하며 사망했다. 또 지난해 11월에는 네바다주에서 프랑스 회사인 '나비아'가 제작한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트럭에 들이받히기도 했다.
미국은 자율주행기술 선점을 위해 관련 규제를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으나, 이번 사고로 관련 규제가 오히려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미 의회는 그간 규제 완화 흐름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당 리처드 블루멘털 상원의원은 성명을 내고 “이번 사고로 볼 때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도로를 공유하는 승객, 보행자, 운전자에게 안전해지려면 앞으로 갈 길이 멀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에드 마키 상원의원도 우버 사고에 강력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자율주행 기술 개발에 뛰어든 자동차와 IT 업계도 고민이 깊어지게 됐다. 자율주행 기술이 교통 시스템을 뒤흔들 첨단 기술로 떠오르면서 토요타·GM을 포함한 자동차 제조사부터 구글·애플·엔비디아 등 IT업체까지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이다.
미 교통 장관을 지낸 앤서니 폭스는 19일 “이번 사고는 자율주행 업계와 정부가 안전성에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는 경각심을 줬다”고 말했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