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9일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전직 대통령 구속영장 청구는 전두환·노태우·박근혜 전 대통령에 이어 헌정사상 네 번째다.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법원의 심사를 거쳐 이르면 21일 밤 결정될 전망이다.
서울중앙지검은 이날 오후 이 전 대통령에 대해 거액의 뇌물을 수수하고 자신이 실소유한 다스에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전 대통령에게는 뇌물수수, 횡령, 배임 등 18개 안팎의 혐의가 적용됐다. 뇌물수수 혐의 액수는 총 110억원대에 달한다.
이 전 대통령은 국가정보원에서 총 17억5000만원의 특수활동비를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를 받는다. 삼성전자로부터 다스의 미국 소송비 500만달러(약 60억원)를 받은 것을 비롯해 이팔성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22억5천만원), 대보그룹(5억원), 김소남 전 의원(4억원), ABC상사(2억원), 능인선원(2억원)에서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다.
다스에서 35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하고 수십억원대 세금을 내지 않은 혐의(횡령 및 조세포탈), 다스 및 관계사가 아들 시형씨가 소유한 에스엠 등 회사에 123억원을 무담보로 빌려주도록 지시한 혐의(배임) 등도 있다.
검찰은 이 전 대통령이 청와대 등 국가기관을 동원해 다스의 미국 소송을 돕게 한 혐의(직권남용), 청와대 문건 무단 유출·은닉(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친인척 명의로 된 부동산 등 차명재산 보유(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구속영장 청구 배경에 대해 혐의가 중대하고, 혐의사실이 충분히 소명되는 데다 증거인멸의 우려가 크다는 점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검찰 관계자는 “우리의 형사사법시스템은 지금까지 이런 사안을 구속 수사해왔다”면서 “이 전 대통령 적용 혐의가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 당시 적용한 혐의와 비교해 양과 질이 가볍지 않다고 볼 수 있는 점도 고려했다”고 강조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구속영장 청구와 관련 “검찰이 덧씌운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 전 대통령 비서실은 입장자료를 통해 “구속영장 청구는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 지난 10개월 동안 정치검찰을 비롯한 국가 권력이 총동원돼 진행된 '이명박 죽이기'로 이미 예상됐던 수순”이라면서 “법정에서 진실을 밝히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 유근일기자 ryury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