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신뢰도에서 삼성과 애플의 희비가 엇갈렸다.
전 세계 기업 평판 순위에서 삼성이 26위를 차지해 지난해보다 44계단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애플은 '배터리 게이트' 여파로 38계단 하락한 58위에 그쳤다. 삼성과 LG(41위)에 큰 격차로 뒤처졌다.
18일 국제 기업 평가 업체인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eputation Institute)가 15개국 글로벌 기업을 대상으로 '2018년 글로벌 평판 순위 100(2018 Global RepTrak 100)'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삼성은 73.3점으로 26위에 올랐다.
이는 지난해 70위에서 44계단 뛰어오른 것으로, 100개 기업 가운데 최대 상승폭을 보였다.
지난해 순위가 갤럭시 노트7 폭발 사고, 이재용 부회장 구속 수감 등 악재가 겹쳤지만 공개 사과문 발표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캠페인 등에 힘입어 올해 순위에서 평판을 회복했다고 미 경제 매체 포브스는 분석했다.
반면 애플은 올해 조사에서 70.6점을 받는 데 그쳐 지난해 20위에서 58위로 38계단 추락했다.
삼성, LG(41위)보다 기업 신뢰성을 역전당했다. 노키아(64위) 수준으로 내려간 것이다.
이 같은 추락은 야심작 아이폰X의 부진, 구형 단말기의 배터리 조작 의혹, 세금 회피 논란 등에 타격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 최고조사책임자(CRO)인 스티븐 한그리피스는 “삼성의 대처는 잘 풀리고 있지만 애플은 좋지 않다”면서 “애플은 여론 재판에서 냉정한 평가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올해 1∼2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러시아, 일본, 브라질, 중국, 프랑스, 인도 등 15개국 23만 명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며, 평가 항목 중에서 제품 가치, 투명성, 윤리적 태도, 공정함, 지속가능성 등이 큰 비중을 차지했다.
올해 순위에서는 스위스 시계 업체 롤렉스가 79.3점으로 3년 연속 1위를 수성했다.
2위는 덴마크 완구 업체인 레고, 3위 구글, 4위 캐논, 5위 월트디즈니, 6위 소니, 7위 아디다스, 8위 보쉬, 9위 BMW, 10위 마이크로소프트로 조사됐다.
그러나 100개 기업의 평균 점수가 지난해보다 1.4점 떨어진 것으로 나타나 2000년대 후반 금융 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실제로 기업들이 올바른 일을 한다고 믿는 응답자는 38.5%에 그쳤으며, 지난해에 비해 기업 투자 의향은 8.1점 하락했고 구매 의사는 7.9점, 취업 매력도는 6.1점 떨어졌다.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기업으로는 애플 58위(38계단)를 포함해 자동차 업체 다임러 59위(32계단), 생활용품 업체 존슨앤드존슨 72위(28계단), 주류 업체 안호이저부시인베브 99위 (27계단), 화장품 업체 에스티로더 63위(26계단) 등이 꼽혔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