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어떤 직장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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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는 직장인이다. 회사에선 A에게 일을 빨리 하라고 재촉한다. 빨리하는 것 못지않게 수준 높은 결과도 요구한다. 연일 이중삼중 압박이다. 자칫 회사와 고객 눈높이에 조금이라도 못 미치면 융탄폭격을 맞는다.

그럼에도 묵묵히 일했다. 일하는 속도는 빨라졌고, 수준도 높아졌다는 평가를 받을 때도 있다. 속도와 수준을 높이라는 주문은 끊이지 않는다. A가 '더 이상은 불가능하다'고 호소하지만 주변에선 귀담아 듣지 않으려고 작정한 듯하다. 회사 시선은 싸늘하다.

이 같은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주위에 도움을 얻고자 성의를 표시하곤 한다. 회식비를 자처하고, 선물도 내놓는다. 그러나 주위 시선은 싸늘하고, 효과도 없다. 일이든 선물이든 표시가 눈에 띄게 나지 않는다며 질책만 가득하다. 나름의 노력과 그동안이 지출이 무의미하다는 걸 깨닫는다.

A의 고충은 아랑곳하지 않고 주변에선 지난날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많은 보너스를 받지 않았느나며 기억조차 가물가물한 옛 이야기를 하곤 한다.

물론 때때로 반성도 한다. 게으른 적도 많았고, 영수증을 부풀려서 청구한 적도 없지 않았다. 징계를 받은 적도 있다. 다시는 해선 안 될 일이라고 자책한다. 미움을 사도 할 말이 없다. 회사가 A에게 끊임없이 속도와 수준을 요구하는 건 다섯 번째 사업이자 세계 최초 도전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꺼야 한다. 눈에 확 띄는 상품을 내놓으라는 회사의 지시가 집요하다.

직장인 A의 이름은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 회사 이름은 '대한민국'이다.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는 주주(시민단체)와 임원(정부)으로부터 이와 비슷한 요구를 받는다. 비록 눈 밖에 났지만 무조건 희생을 강요해도 되는지, 무리한 요구는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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