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병원 전산 체계는 목적을 갖고 운영했다기보다 병원 전체를 운영·유지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습니다. 병원 생존과 미래 먹거리를 위해 정보시스템 구축이 필수입니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은 의료기관으로써 병원 운영에 필요했던 전산체계가 임상·연구역량 강화, 서비스 고도화와 맞물리면서 경쟁력 지표로 부상했다고 설명했다. 톱5 대형병원 틈에서 생존방안 모색이 절실한 중견 종합병원 입장에서는 민첩한 ICT 역량 확보가 필수다.
임 부원장은 “빅5로 불리는 대형병원을 제외하고 사립대병원이 ICT 영역에 대규모 투자를 집행하기는 어렵다”면서 “앞으로 대형병원과 중소병원 간 정보화 수준은 더 크게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뒤처지지 않으려면 투자 필요성을 모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부원장은 2016년 기획조정부실장을 맡으면서 병원 최고정보책임자(CIO) 역할을 수행했다. 정보화 업무 총괄을 맡는 동시에 병원에서도 가장 바쁜 흉부외과 교수다.
아주대병원은 국내에서도 의료 정보화 영역에서 '떠오르는 별'이다. 국내병원 최초로 의료정보학과를 개설했다. 박래웅 의료정보학과 교수를 필두로 세계적 의료 빅데이터 환경인 '공통데이터모델(CDM)' 선도 병원으로 부상했다. 유희석 의료원장과 박 교수는 대한의료정보학회장과 이사장에 선임되며 학교 위상을 높였다.
임 부원장은 외부 평가와 달리 현실을 냉정하게 평가했다. 의료정보학과 내지는 교수 개인 역량이 높게 평가됐을 뿐 병원 정보화 수준이 크게 향상됐다고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그는 “최근 아주대병원이 의료정보나 빅데이터 분석 영역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만, 모두 의료정보학과가 이룬 성과”라면서 “내부 조직에서 이룬 성과를 병원 전체에 접목해 전반적 병원 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노력이 부족했다”고 분석했다.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외부에 병원 위상이 높아지면서 내부 변화가 일어났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투자 필요성을 공감한 게 성과다. 올해 의료 IT 분야 투자가 본격적으로 일어난다.
임 부원장은 “작년 모바일 환경에서 업무를 보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혈액 수혈사고나 투약 오류를 방지하는 체계를 마련했다”면서 “전자동의서, 모바일 간호업무 시스템 등을 올해 본격 도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병원이 확보한 의료 빅데이터 분석 역량을 임상 환경에 본격 접목한다. 작년 인공지능(AI) 기반 중환자실 모니터링 시스템을 개발했다. 임상 전문가와 환자 데이터를 확보해 시스템을 고도화한다. 방사선 영상정보 등에 AI를 접목해 판독을 지원하는 시스템도 개발한다. 학교법인 산하로 편입한 IT서비스 자회사 대아정보통신과 협업이 강화된다.
임 부원장은 “의료 빅데이터 영역에서 최고 수준인 아주대의대 의료정보학과가 빅데이터 방법론을 구축했으니, 임상영역에 접목해 시너지를 내겠다”면서 “연구자와 임상의가 하나의 생태계에서 협업하도록 돕는 게 CIO 역할”이라고 말했다.
<임상현 아주대병원 진료부원장은>
1993년 연세대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연세대 심장혈관병원 심장혈관외과 전임강사, 조교수를 역임했다. 2012년 피츠버그 메디컬센터 연수를 받았다. 2006년부터 아주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조교수, 부교수 주임교수 등을 거쳤다. 2016년 아주대의료원 기획조정부실장에 임명됐다. 현재 아주대 의과대학 흉부외과 주임교수 겸 임상과장, 아주대병원 수술실장, 진료부원장을 맡고 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