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세계 최초로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기반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마련한다. 헬스케어 영역에 VR·AR 기술 성능과 안전성을 담보하는 동시에 시장 형성 기틀을 마련했다. 작년 세계 최초로 발표한 인공지능(AI) 의료기기 가이드라인에 이어 VR·AR까지 방향성을 제시해 국제표준도 선도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이르면 5월 VR와 AR를 적용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한다고 14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VR·AR 특성을 반영해 합리적 의료기기 허가·심사 기준을 제시한다. △VR·AR 기술 적용 의료기기 정의 △성능 검증 방법 △안전성 검증 방법으로 구성된다.
VR·AR 적용 의료기기는 사용목적에 따라 질병 진단, 치료, 경감, 예방, 처치에 쓰인다.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MRI) 등으로 촬영한 종양위치나 크기를 AR 기반으로 태블릿PC에 입력해 수술에 사용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CT 등 환자 영상정보를 활용해 수술 중 골절, 골변형 등 치료계획을 수립하거나 CT 촬영물을 3D로 재구성해 진단하는 경우도 가이드라인에 명시했다. VR·AR가 가장 활발히 활용되는 재활기기도 의료기기로 분류된다.
교육·훈련 기기나 소프트웨어(SW)는 비의료기기로 규정된다. 일상적 건강관리 목적과 사회생활 적응에 도움을 주는 기능성 게임 등도 의료기기에서 제외됐다.
허가·심사 규정 중 제품 성능은 사용자 시선이나 동작이 가상 영상에 반영되는 반응속도, 정확도 등을 평가한다. 안전성은 어지럼증, 두통을 예방하는 등 제품을 안전하게 사용하도록 연령별, 대상별 사용 권고시간, 비상시 작동 정지 방법 등을 심사한다. A~C등급의 의료기기 SW 안전성 등급을 마련해 사이버 멀미, 피로도 유발정도 정보를 제공한다.
VR·AR는 현실감을 구현한다는 점에서 헬스케어 접목 시도가 활발하다. 각종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심리 치료 도구부터 재활치료, 수술 교육 등 활용 범위가 넓다. 시장조사업체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VR·AR 적용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작년 7억6290만달러에서 2023년 49억9700만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평균 36.6%의 고공 성장세다. 인스퀘어, 룩시드랩스 등 기업과 분당서울대병원, 삼성서울병원, 분당차병원 등 병원도 VR·AR를 이용한 재활, 교육 솔루션을 개발한다.
시장 성장과 함께 연구개발(R&D) 성과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은 시장 진입을 지원한다. 환자는 첨단 ICT가 적용된 의료기기로 치료받는 동시에 기업은 수가 등 수익을 보존할 창구를 얻는다. AI·빅데이터에 이어 VR·AR 적용 의료기기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이 세계 최초로 마련돼 국제 규제 무대에서 우리나라 영향력을 높인다.
정승환 식약처 첨단의료기기과 연구관은 “정부가 허가·심사 가이드라인을 발간해 상용화를 지원하는 사례는 우리가 최초”라면서 “VR·AR가 적용 의료기기 허가·심사 기준을 제시해 산업계에 사업 방향을 제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반호영 네오펙트 대표는 “의료기기를 만들 때 어려운 것은 새로운 기술 적용 기준이 없다는 것”이라면서 “기준이 마련되면 제품 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신문 CIOBIZ] 정용철 의료/SW 전문기자 jungy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