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입차가 매월 사상 최대 판매를 기록중이다. 내수에서 사상 최대 점유율 행진이다. 더구나 올해 한국지엠 군산공장 폐쇄, 르노삼성자동차와 쌍용차 신차 부족 등으로 국산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어, 수입차 점유율이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 들어 2월까지 국내 승용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한 22만3038대를 기록했다. 국산 승용차는 18만2035대로 전년 동기 대비 2% 가량 감소했다. 반면 수입차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24.7% 증가한 4만1003대를 판매했다.
국산차 시장은 현대·기아차 '독주체제'가 더욱 공고해졌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1~2월 내수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7% 증가한 14만3050대를 기록했다. 내수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9% 포인트 증가한 64.1%를 기록했다. 국산 승용차로 국한하면 시장점유율은 78.6%까지 올라간다. 올해 신형 싼타페, 투싼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 스포티지 페이스리프트 모델, 카니발 페이스리프트 모델 등 신차 대부분이 레저용차량(RV) 라인업으로 구성돼 판매성장은 계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한국지엠, 쌍용차, 르노삼성차는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특히 한국지엠은 군산공장 폐쇄 이후 한국사업 축소가 가시화되면서 고객들로부터 외면 받고 있다. 올 들어 2월까지 누적 판매량은 41.6% 감소한 1만2485대에 불과했다. 르노삼성차는 수출시장에서는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내수시장 판매량은 23.9% 감소했다. 올해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판매 볼륨이 크지 않은 모델이다. 쌍용차 역시 '티볼리'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판매량이 2.5% 가량 줄었다.
수입차는 매월 사상 최대 판매량을 갱신하고 있다. 역대 1월 최초로 2만대 판매를 돌파했고, 2월에도 1만9928대로 사상 최대 2월 판매량을 기록했다. 판매량 뿐만 아니라 시장 점유율도 사상 최고 수준이다. 올 들어 2월까지 수입차 누적 시장 점유율은 18.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 포인트 증가했다.
수입차 신장을 이끈 것은 독일 브랜드다. 2015년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후 하락세였던 독일 브랜드의 수입차 점유율은 지난해 58.8%에서 올해 64.1%까지 확대됐다. 특히 메르세데스-벤츠(1만3701대)는 한국지엠, 르노삼성차보다 많이 판매했다. BMW도 전년 동기 대비 105% 성장한 1만1525대를 판매해, 국산차와 비슷한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올해 내수 시장에서 국산차 점유율 하락과 함께 수입차 점유율 20%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산차의 경우 소형 SUV 시장이 성숙기로 접어들어 완만한 성장이 예상되고, RV 신차 중 볼륨 모델이 신형 싼타페 하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한국지엠이 2분기 중으로 중형 SUV '에퀴녹스'를 출시할 계획이지만, 여론이 좋지 않아 성공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수입차는 올해에도 60~70종에 달하는 신차 출시가 계획돼 있다. 특히 눈에 띄는 SUV 신차가 많다. BMW는 이달 소형 SUV 뉴 X2 출시에 이어 하반기 중 완전변경 모델인 뉴 X4, 뉴 X5로 SUV 라인업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볼보는 상반기 중 소형 SUV XC40을 출시할 예정이다. 국내 판매를 재개한 폭스바겐은 베스트셀링 모델인 신형 티구안을 출시한다. 재규어랜드로버는 E-PACE와 I-PACE, 랜드로버의 뉴 레인지로버와 레인지로버 스포츠 등을 준비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16%까지 높아졌던 수입차 점유율이 디젤게이트 이후 하락세로 접어들었지만, 최근 독일 브랜드 중심으로 할인정책과 SUV 라인업 보강으로 연신 사상 최대 판매 실적을 거두고 있다”면서 “현재 추세라면 연말까지 20% 점유도 불가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류종은 자동차/항공 전문기자 rje31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