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처럼 스스로 학습하고 진단을 내리는 AI가 뇌졸중·암 등 질병 진단부터 치료 보조 등 다양한 영역에서 개발, 활용된다. 앞으로 의료 영역에서의 AI 개발 업체가 질병 진단, 치료 영역의 패러다임 변화를 만들며 시장을 선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 업체들도 진단 의료기기를 개발해, 국내 의료기기 진단 시장 변화를 예고한다.
프로스트&설리번에 따르면 세계 의료분야 AI 시장 수익규모는 2014년 약 7120억원에서 2021년 748조원으로 증가한다. 딥러닝 기반 의료 분야 AI스타트업은 2011년 이래 전체 977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AI 헬스케어 시장 규모 역시 2015년 약 18억원에서 2020년 256억원으로 관측된다.
고령사회 진입으로 노인인구가 증가하며 저비용 고의학 시스템이 불가피해졌다. 노인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AI 활용 예방의학이 주목받는다. 축적된 의료데이터 바탕으로 치료 가능한 질환 정확도를 높이고, 질병 악화를 조기에 막는다.
국내 병원에서는 글로벌 IT 기업이 개발한 AI가 병원에서 적극 활용된다. IBM, 마이크로소프트(MS)와 구글 등 글로벌 IT 기업들의 AI 의료기술 도입 행보가 눈에 띈다. IBM이 개발한 왓슨 포 온콜로지(Watson for Oncology)는 가천대 길병원에 가장 먼저 도입됐다.
암 진단 및 치료를 돕는 AI 소프트웨어(SW)다. 종양학과 전문 지식과 의학 학술지 300개, 의학서 200개 등 1500만쪽 분량의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길병원은 왓슨을 폐암, 유방암, 대장암, 위암 등 다양한 암종에 활용한다. 이언 길병원 인공지능기반 정밀의료추진단장은 “계속적으로 진화하는 왓슨이 학습 능력을 강화한다”면서 “의사 보조 역할로서 진단 명확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의료질을 높이며 사회경제 비용을 줄인다”고 말했다. 왓슨 정확도는 현재 97%까지 상승했다. 현재 속도로 학습을 하고 진화한다면, 향후 정확도는 높아질 것이다. 건양대병원, 부산대병원, 대구가톨릭대병원, 계명대 동산병원, 조선대병원 등도 잇달아 '인공지능 암센터' 간판을 내걸고 왓슨 진료에 나섰다. 이언 단장은 “왓슨 도입병원이 협력해 의료 빅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보유하면 향후 이를 이용한 독자적 개발이나 IBM과 협업 제품도 만들 수 있다”고 밝혔다.
심장, 화상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병원에서도 환자 특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맞춤형 인공지능(AI) 진료시스템을 도입했다. 심장전문 세종병원, 화상전문 베스티안병원 등은 AI 진료시스템을 도입했다. 세종병원은 심장질환 환자들이 심정지같은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신속하게 의사에게 알려주는 '이지스(AEGIS) 시스템'을 구축했다. 인공지능업체 뷰노와 공동개발한 이지스 시스템은 세종병원이 갖고 있는 300만건 심장질환 빅데이터를 토대로 자가학습시켰다.
인공지능은 암뿐 아니라 영상판독 등 높은 수준까지 연구가 진행된다. 앞으로 많은 의료현장에서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을 것이다. 뷰노, 루닛, 제이엘케이인스펙션 등 진단기기 업체는 X레이, 컴퓨터단층촬영(CT), 자기공명영상촬영(MRI) 결과와 조직 사진을 보고 각종 질병 검진기 개발을 완료, 식약처 허가를 앞두고 있다. 식약처는 의료용 빅데이터와 AI 기술이 적용된 SW도 의료기기로 인정받는 가이드라인도 제작했다. 이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부터 국내에서도 AI 진단 의료기기가 탄생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현장에서 AI 활용 범위가 넓어지면서 관련 규정도 보완해야 한다. AI 기술이 의료현장에 활용되기 위해서는 정부 허가 기준 완화, 의료기기 수가 적용 등이 필요하다. 또 AI 사용 이후 발생할 의료사고에도 대비해야 한다. AI 오판으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 여부, 환자 안전 등 관련 범위와 역량에 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인공지능 이용에 따른 법적 책임 귀속 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전개되지 못한다. 정보통신기술진흥센터 관계자는 “현행법은 사람을 행위주체로 규정한다”면서 “인공지능 행위능력을 직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현재는 AI 의료기기가 의사의 진단과정에서 보조 역할을 수행하는 수준에 그친다. 향후 AI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질병의 독자적 진단이 가능하게 되면 이 같은 우려가 현실화될 것이다.
장윤형 의료/바이오 전문기자 wh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