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5일,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성황리에 끝났습니다. 하지만 전세계에서 펼쳐지는 '올림픽'마케팅 분석 시즌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4년 동안 땀 흘린 선수들의 감동 스토리 못지 않게 마케팅 현장에서의 승패도 한창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저희 K그룹이 온라인모바일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아웃도어 브랜드 '타키'팀과 올림픽 노출 효과를 의제로 한 심도깊은 회의를 거치면서, 이를 중점적으로 바라보게 됐습니다.
올림픽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마케팅 대회’라는 말도 있을 정도로 IOC(국제올림픽위원회)에서 판매하는 라이선스 및 중계, 광고 협찬의 시스템은 매우 다양합니다. 후원 금액과 서비스 카테고리 규모에 따라 파트너, 스폰서, 공급사, 서포터의 순으로 나눕니다. 이번 2018평창동계올림픽의 월드 와이드 파트너는 코카콜라와 알리바바그룹, 브릿지스톤타이어, GE(제너럴일렉트릭), 인텔과 오메가, 파나소닉, P&G, 삼성, 토요타, 비자(VISA) 카드 등 각 분야별 13개 사가 선정됐습니다. 1000억 원이라는 ‘비공식’ 후원액을 제외하고 눈에 띄는 가장 큰 권리는 올림픽을 국내외 자사 광고 및 홍보에 사용하고 오륜기 로고까지 쓸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 아래는 로컬공식파트너가 있습니다. 전략적으로 올림픽이 열리는 국가에 효과를 기대하는 브랜드가 주로 합류합니다. 이번 대회 역시 한국 대기업이 주로 활약했는데, KT와 대한항공, 현대기아, SK, LG 등을 비롯 맥도날드까지 총 11개 업체가 활동했습니다. 로컬공식파트너보다 마케팅 범위가 적은 공식스폰서와 그 외에는 직접적인 물품 지원이나 서비스 이용이 주가 되는 공식공급사와 공식서포터가 있습니다.
그러나 재밌는 것은 모든 후원사가 후원 규모가 크다고 해서 노출 효과가 큰 것도 아니며 긍정적인 효과만을 보는 것이 아니란 점입니다.
대표적인 곳이 로컬 공식 파트너로 지정된 브랜드 '노스페이스' 입니다. 사실 올림픽은 각 국가별 단복 및 의류 물품 일체와 각 종목별 후원사를 구분해 진행합니다.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를 전개하는 영원아웃도어는 대한체육회 후원을 통해 동계올림픽 경기복을 제외한 선수단복과 기타 의류, 물품 일체를 제공했습니다.
또 관계사인 영원무역과 공동으로 대한빙상경기연맹을 후원하며, 스피드 스케이팅 종목 등 빙상국가대표팀 경기복을 통해 영원무역이 인수한 글로벌 스포츠 브랜드 ‘스캇’을 선보였습니다.
이 결과 노스페이스는 대표선수단과 같은 옷을 판매하면서 올림픽 기간동안 아웃도어 업계 1위를 재탈환하기도 했으며,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브랜드였던 '스캇'에 대해 확실한 PPL(간접노출광고) 효과를 얻었습니다. 이밖에도 ‘영미야~!’ 유행어를 낳은 여성 컬링팀을 후원한 휠라(FILA)와 스키와 스노보드를 후원한 카파(KAPPA), 스켈레톤과 봅슬레이 종목을 후원한 아디다스 역시 올림픽 효과를 톡톡히 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식 후원사가 아님에도 그 못지않은 깜짝 효과를 누리는 브랜드나 제품도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스켈레톤과 컬링 등을 예로 들 수 있는데요.
먼저 스켈레톤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윤성빈 선수는 마블(MARVEL) 사의 영웅 캐릭터 ‘아이언맨’이 그려진 헬멧을 쓰고 경기에 임하면서, 해당 영화와 해외에서 더 유명한 국내 헬멧 제조사 홍진HJC 역시 재조명됐습니다. 컬링 팀 경기 중에는 스킵(주장) 김은정 선수가 착용했던 동그란 뿔테 안경은 만화 <슬램덩크>에 등장했던 ‘안경선배’란 별명이 붙을 정도로 관심을 끌면서, 이를 제조한 대구 팬텀 옵티컬 사의 안경테의 품절대란을 일으키기도 했습니다.
단순 증정 협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국내 콘돔 브랜드 '바른생각'은 에이즈예방본부와 같이 10만개의 콘돔을 무료 배포하면서 역대 최다 콘돔 배포 올림픽 대회라는 뉴스거리를 남기며 주목받았던 바 있습니다.
이는 무명 선수나 비인기 종목, 터부시 되는 품목이라도 4~5년 이상 꾸준히 점찍어두면서 마케팅을 펼친 노력이 큰 결과로 돌아온 것으로, 지속적이면서도 전략적인 마케팅은 큰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물론 수많은 가능성을 검토하고 장기적인 전략 아래 집행한 브랜드의 마케팅 노력에도 경기 중 노출 외에도 경기장 안팎의 ‘리스크’는 종잡을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대표적으로 한국 대표 종목인 스케이팅 팀 추월 종목에 출전한 김보름 선수를 후원한 네파는 선수와 종목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 반향으로 선수와 연장 계약을 하지 않기로 하는 등 진홍을 겪기도 했던 것처럼 말이지요.
'2018 평창동계올림픽'은 끝났지만, 아직 브랜드 마케팅의 올림픽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오는 9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될 '2018평창동계패럴림픽'은 또 한 번 다양한 유통 소비재와 제작 시스템들의 대결이 펼쳐지는 브랜드 마케팅 전장이 될 예정입니다.
하지만 여기서의 대결은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들의 현장이 될 공산이 커 보입니다. 실제 아이 셋의 아버지로서도 반드시 가야만 했던 평창올림픽 프라자 슈퍼 스토어는 하루 평균 5만~6만명이 방문하고, 하루 매출도 10억원을 돌파한 적이 있을 정도로 붐비는 곳인데, 결제가 가능한 카드는 글로벌 파트너사 비자카드뿐이었습니다. 또 로컬 파트너 롯데그룹이 대회 내내 온오프라인 기념품 숍을 통해 소위 '평창롱패딩'이라 불리는 ‘가성비’ 높은 의류부터 기념품(goods) 등을 내놓으면서 경기 시작 전부터 백화점 앞 밤샘 대기, 품절 대란 등으로 큰 인기를 모은 바 있습니다.
반면 여타 기업들은 해당 올림픽이 연상되는 광고 스토리만으로도 재제를 받을 정도이고, 이후 마케팅을 연계하기에도 상당한 투자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분야별로 한정된 것이 유통인으로서는 얼마간 이해되지만 작은 기업을 운영하는 경영인이자 소비자로서는 아쉽기도 한 부분입니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이 정부와 지자체, 각계의 많은 노력과 자원이 투입된 만큼, 사후처리를 놓고도 많은 고민거리를 남길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시설 유지 보수와 함께 향후 수익을 위한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부분이 필요하며, 마케팅 업계에서는 우리나라의 크고 작은 브랜드들이 올림픽 특수에 힘입어 탄탄히 성장해갈 수 있는 방안도 고심해야할 것으로 보입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호돌이가 한 세대의 아이콘이 되어 지금껏 회자가 되듯이, 30년 만에 탄생한 캐릭터 수호와 반다비도 향후 크고 작은 브랜드와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우리나라만의 기술력과 디자인 마케팅을 통해 탄탄히 성장해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필자소개/고현규
현재 트랜드코리아(Trend Korea)사이트를 운영중인 이베이 소싱 에이전시 케이그룹 대표이사다. 연세대 경영학 석사 졸업, 연세대 유통전문가 과정수료, 이마트 상품 소싱바이어, LG패션 신규사업팀, 이베이 코리아 전략사업팀 등에서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