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8과 지난주 스페인에서 폐막한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8에서 자동차는 돋보이는 '주연'이었다. 전자와 통신 글로벌 대표 전시회에서 자동차가 차세대 핵심 디바이스면서 정보통신기술(ICT)의 가장 큰 수요처가 됐다는 의미다.
“CES(컨슈머 일렉트로닉 쇼)는 이제 '카 일렉트로닉 쇼(Car Electronic Show)'”라는 말이 나온다. MWC도 '모바일'이 아닌 '모터 월드 콩그레스(Motor World Congress)'처럼 됐다는 관측까지 있다.
자동차는 CES와 MWC 전시장에서 메인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전체 전시장에서 자동차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미 전자, 통신 등 ICT 규모와 맞먹는다. 삼성과 LG, 파나소닉, 퀄컴, 인텔 등 전자 대표 회사 대부분이 자동차와 연계한 전시물과 기술 콘셉트를 제시했다. 여기에 벤츠, BMW, 포드, 현대차 등 일반인이 알 만한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도 전자 전시회에서 각자 관점의 미래 차를 선보였다. CES와 MWC에서 자동차 업계 최고경영자(CEO)의 키노트스피치 비중도 계속 높아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ICT업계 핵심 화두로 꼽히는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시티 등은 모두 자동차 산업과 깊숙이 관련돼 있다.
자동차는 앞으로 수년 동안 가장 큰 기술 변화가 예고된 산업이다. △친환경(수소전기차,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자율 주행 △커넥티드(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관련 서비스 산업)로 진화한다.
이 과정에서 자동차는 전자, 통신, 반도체, 소프트웨어(SW)까지 ICT를 빠르게 흡수하고 있다. 스마트 자동차에 필요한 모터와 배터리, 초정밀 센서, 차세대 통신 등은 모두 ICT에 기반을 두고 있다. 미래 자동차를 두고 '달리는 스마트기기' '미래 ICT 기술의 집합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자동차는 10년 전과 같은 산업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계에서 전자로' '엔진에서 모터'로 무게 중심이 빠르게 이동했다.
우리나라 자동차 산업 경쟁력도 현대·기아차로만 평가할 수 없다. 스마트카 시대에는 기존의 완성차 핵심 역량에다 새로운 ICT 융합이 핵심이다. 현대차는 물론 핵심 전장을 만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통신 인프라를 보강할 KT, 관련 SW와 생태계에 동참할 네이버와 다음카카오까지 이미 자동차 생태계의 중요 구성원이 됐다. 차세대 자동차와 연계한 모든 요소 기술이 발전하고, 최적의 융합을 이루는 것이 매우 중요해졌다.
우리 자동차 산업의 위기라는 말이 적지 않다. 미국과 중국의 보호무역 공세가 주원인이다. 여기에 자동차 산업의 기술 변화도 불확실성을 키운다.
위기는 기회다. 우리나라에는 글로벌 5~6위권의 완성차 업체가 있다. 여기에 차세대 자동차의 핵심인 ICT에서는 글로벌 최고 수준에 위치했다. 이를 잘 결합한다면 충분히 우위에 설 수 있다. 중요한 덕목은 '오픈 마인드'다. 기존 것을 지키기보다는 새 영역으로 나아가는데 더 공을 들여야 한다. 신기술 연구개발(R&D)을 늘리고 타 산업과의 연계에도 더 많은 자원 배분이 필요해 보인다.
영웅은 혼란기에 등장한다. 혼돈을 뚫고 중심을 잘 잡은 자가 새 판의 주인이 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격변기를 지나고 있다. 우리 자동차 산업도 수성보다는 새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한 도전에 더 집중해야 한다.
김승규 전자자동차산업부 데스크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