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에 대규모 지원을 요청한 한국지엠이 지난해 9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낸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도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1일 정부와 산업은행에 따르면 GM 측은 한국 정부에 대규모 지원을 요청하면서 이런 내용 등을 담은 지난해 실적 추정치를 제시했다. 비상장사인 GM은 통상 4월 중 감사보고서를 통해 확정 실적을 공표해왔다.
GM은 우선 지난해 당기순손실이 9000억원에 달한다고 정부와 산은에 설명했다. 이는 2014년 3534억원 순손실을 낸 이후 2015년 9868억원, 2016년 6315억원에 이어 4년 연속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손실 규모는 2015년보다는 다소 줄어든 수준이지만 2016년에 비해선 확대된 규모다. 4년간 손실 규모를 합하면 3조원에 육박한다.
이처럼 손실 규모가 커지면서 한국지엠은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자본잠식 상태로 들어섰다. 부채비율은 2014년말 435%에서 2015년 1062%, 2016년말 8만4980%로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영업손실 추정치는 지난해 8000억원으로 유례없는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지엠은 2014년 -1486억원으로 처음 영업손실을 낸 이후 2015년 -5944억원, 2016년 〃5312억원 등 손실이 확대됐다.
지난해 매출 추정치는 10조7000억원이다. 이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9조5325억원) 이후 가장 적다. 정부와 산은은 한국지엠이 이처럼 부실화된 첫번째 원인으로 GM본사의 글로벌 전략 수정을 꼽았다.
GM이 중국과 북미 위주로 시장을 재편하는 과정에서 유럽과 인도, 러시아, 남아프리카공화국등 주요 시장에서 줄줄이 철수했고, 계열사 오펠 등을 매각하면서 한국지엠의 수출 판로가 없어졌다. 특히 2013년 쉐보레 브랜드를 유럽시장에서 철수시킨 것은 한국지엠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다.
한국지엠의 대 유럽 수출 물량은 2012년 13만7750대에 달했지만, 2013년 6만1954대, 2014년 1만2419대, 2015년 5923대, 2016년 1752대, 지난해 205대로 줄었다.
국내에서 주로 생산하던 중소형자 모델 비중을 줄이고 대형SUV나 픽업 등 고수익 차종에 집중한 것도 한국지엠의 쇠락을 이끈 직접 원인으로 꼽았다.
GM의 불투명한 경영 방식도 부실화의 원인이 된 것으로 정부·산은은 추정하고 있다. 2016년 기준 한국지엠의 매출원가율은 93.1%로 현대차(81.1%), 기아차(80.2%), 르노차(80.1%), 쌍용차(83.7%)와는 격차가 크다.
정부·산은은 한국지엠의 매출 원가율이 높은 이유로 GM 본사로부터의 높은 차입이자율(4.8%~5.3%)과 연구개발(R&D) 비용 및 이전 가격 등 불명확한 업무지원비 부담을 꼽았다.
박태준 자동차 전문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