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차전지 핵심 원재료의 수급이 이슈로 떠오르면서 업계는 지분 투자와 파트너십 등 다양한 방법으로 원재료 확보에 나서고 있다. 배터리 제조사뿐만 아니라 애플, 폭스바겐, 토요타자동차 등 완제품 업체까지 뛰어들고 있어 광물 쟁탈전은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 가운데에는 SK이노베이션의 행보가 눈에 띈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호주 니켈·코발트 광산 업체 오스트레일리안마인즈와 장기 계약을 맺고 최대 13년 동안 스코니 프로젝트에서 생산되는 황산 코발트와 황산 니켈을 공급받기로 했다. 국내 배터리 제조사가 해외 원재료 생산업체와 맺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지난해 LG화학은 10억원을 투자, 황산니켈 생산업체 켐코의 지분 10%를 확보했다. 공장 가동이 시작되면 5월부터 켐코 공장에서 생산되는 황산니켈이 LG화학에 공급된다. 황산니켈은 이차전지 양극재의 주요 원재료로, 고용량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이 80%에 이른다.
삼성SDI도 리튬 확보를 위해 칠레 리튬광산 개발 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최근 외신 보도에 따르면 삼성은 코발트 수급을 위해 코발트 재활용 기술을 보유한 회사에 지분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 벨기에 유미코아 또는 미국 광물회사 AMI 등이 대상 기업으로 거론된다.
최근에는 애플이 코발트 확보에 직접 나섰다는 소식에 시장이 들썩였다. 블룸버그는 애플이 코발트를 확보하기 위해 한 광산업체와 장기 계약을 협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플은 세계 최대의 코발트 최종 사용자 가운데 하나지만 그동안 원재료 수급을 배터리 업체에 맡겨 왔다. 그러나 전기자동차 시대 개화로 리튬이온 배터리용 코발트 수요가 늘면서 앞으로 원재료 수급이 어려워질 가능성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직접 나선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체도 광산 투자에 직접 나섰다. 각국 정부의 친환경차 육성 정책에 따라 각 제조사도 전기차 전환 계획을 밝히고 있지만 원재료 확보가 어려워질 경우 계획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 차원에서 전기차 육성에 적극인 중국 업체들의 움직임이 빠르다. 지난해 10월 중국 최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생산 업체 창청자동차는 호주 리튬 광산업체 필바라미네랄스의 지분 3.5%를 인수하고 5년 공급 계약을 맺었다.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 비야디(BYD)는 칠레산 리튬 확보를 위해 현지 기업과 협력, 직접 투자도 계획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토요타자동차도 자회사인 토요타그룹의 종합무역상사 토요타통상을 통해 호주 리튬 광산업체 오로코브레에 약 2억3000만달러를 투자, 지분 15%를 확보했다.
테슬라가 세계 최대 리튬 생산업체 칠레 SQM과 원료 공급 계약을 맺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광산업계 관계자는 “광물 확보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는 중국을 시작으로 소재 업체가 아닌 자동차 회사나 배터리 제조사가 직접 움직이고 있다”면서 “중간 단계 없이 원재료를 생산하는 광산업체와 배터리 제조사, 전기차 업체가 하나의 파트너로 움직이는 추세”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현정 배터리/부품 전문기자 ia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