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이음새가 될 한국 핀테크 산업이 후발 주자인 중국, 인도 등에 추월당했다.
가상화폐 열풍으로 약 3년 전부터 추진해 오던 한국 핀테크 산업 글로벌화가 주춤한 사이 인구와 자본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인도가 아시아 핀테크 투자 부문 60%를 잠식했다.
여기에 모바일 보급 공세가 더해지면서 중국과 인도가 세계 최대 핀테크 허브로 떠올랐다. 정보기술(IT) 강국을 내세우던 한국 핀테크의 경쟁력 제고가 절실하다.
가상화폐 풍선 효과로 정작 4차 산업혁명으로 육성해야 할 빅데이터, 지불결제, 송금 분야 핵심 파이프라인도 유실될 위기에 놓였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1~3분기 기준) 세계 핀테크 기업 대상 벤처캐피털(VC) 투자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CB인사이트와 세계 VC 투자를 집계한 결과 지난해 핀테크 투자 건수는 1000건을 넘었다. 투자금액은 142억달러에 달했다.
핀테크 시장이 개화한 2014년 대비 두 배에 육박하는 성장세다.
2014년 핀테크 투자 건수는 769건, 투자액은 80억달러였다.
2015년은 투자 건수 933건, 투자액은 141억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2016년 들어 투자 건수는 986건으로 증가했지만 투자액은 139억달러로 감소했다.
핀테크 산업 부문 아시아 약진이 두드러진다. 아시아 투자 건수는 지난해 1~3분기 기준 203건에 달했다. 전기 대비 77건 증가한 수치다. 특히 중국과 인도가 각각 73건, 46건으로 약 60%를 점유했다. 투자 금액으로 비교하면 북미 53억달러, 아시아 49억달러, 유럽 17억달러 순이다.
중국과 인도의 핀테크 투자 공세로 아시아가 세계 핀테크 투자 1위를 달성할 가능성이 짙어졌다. 이 같은 성장세는 중국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 JD닷컴 등 대형 IT 업체가 주도했다. 인도 시장에서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이 투자를 늘렸다. 반면에 한국은 신규 벤처펀드가 올해 약 5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이지만 핀테크 부문 투자는 소규모에 그치고 있다.
올해도 아시아 핀테크 투자는 급속히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 IT 업체의 투자 공세가 지속되고 있고, 유럽에서는 결제 서비스 효율화와 핀테크 육성 촉진법으로 불리는 PSD2가 지난달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오는 5월부터 개인 정보 보호와 활용을 핵심으로 하여 일반 데이터 보호 규약인 유럽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이 시행된다. 핀테크 산업에 큰 기회다. 결제와 송금, 데이터를 활용한 마케팅과 리스크 관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촉발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중국, 인도 등은 유관 법 도입을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한국은 관련 대응 논의조차 못하고 있다. 가상화폐 등 사회 여론에 정부 핀테크 육성 정책 우선순위가 밀리면서 GDPR 등 도입에 따른 준비가 늦어진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아시아를 핀테크 최대 수혜국으로 눈독을 들이고 있고, 많은 자본이 유입될 가능성이 있지만 한국은 이를 수용할 토양조차 갖추지 못했다.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인텔, 알리바바, 텐센트 등 핀테크 시장에 욕심내는 대형 기업이 스타트업 인수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컨설팅 기업 KPMG에 따르면 세계 핀테크 리딩 기업 10위 가운데 중국 기업이 상위 5위권을 모두 휩쓸었다.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