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에서 촉발된 통신비 논의를 사회에서 합의하지 못하고 다시 정치권으로 되돌리게 됐다. 국회 입법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이해 관계자 의견을 수렴하는 성과는 거뒀지만 보편 요금제 등 통신비 인하를 위한 핵심 의제의 최종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다.
통신비 인하를 위한 사회 합의를 목표로 가동된 가계통신비 정책협의회(이하 협의회)가 22일 105일 동안의 활동을 종료했다.
협의회는 이날 그동안 논의 내용을 정리하고 결과 보고서를 검토하는 최종 회의를 개최했다. 마지막 회의에서도 보편요금제에 관한 전향 의견이 제시됐지만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이동통신사가 보편요금제에 상응하는 수준의 요금제를 자율로 출시하는 대신 법제화를 유보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통사는 기존 약관 변경 등 이용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정부가 특정 요금 출시를 강제하는 보편요금제 도입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인가·신고제 등 규제를 완화, 시장에서 자율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여건 조성이 중요하다는 반론도 내놓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협의회 활동 종료 이후에도 보편요금제 법제화를 추진하겠다며 이통사를 배제하지 않고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단말기 완전자급제와 관련한 이해 관계자 간 공감대를 성과로 소개했다.
협의회 참여자는 단말기와 서비스 유통 분리 필요성에는 동의했다. 그러나 법률로 강제하는 것보다 단말기 자급률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끌어냈다.
자급률 제고를 위해 제조사의 자급 단말 출시 확대는 물론 이통사가 유심요금제 출시 확대가 수반돼야 한다는 데 공감했다.
그럼에도 국회가 법률로 완전자급제를 도입할 경우 25% 선택약정할인 유지, 유통망 구조 조정 시 피해 최소화 방안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모았다.
협의회는 기초연금 수급자 대상의 1만1000원 요금 감면 정책에 대해서도 보완 사항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는 무료 이용자 과다 발생에 따르는 이통사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전파 사용료 감면을 지원키로 했다.
협의회 기본료 폐지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해 관계자 간 이견만 확인했다.
소비자·시민단체는 기본료 폐지 대신 보편요금제를 도입하는 게 현실성이 있고 바람직하며, 보편요금제 도입 시에는 기본료 폐지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이통사는 이통 산업 특성상 요금 수익을 통해 새로운 서비스를 위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전성배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은 “국민들의 통신 요금 부담을 낮추기 위해 100일 동안 논의를 진행했다”면서 “다음 달 국회에 논의 결과를 전달하고 이통사가 산업 육성 측면에서도 어려움이 없도록 조율하는 부분도 고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지성기자 jis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