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디지털 주권을 근거로 인터넷 시장에 개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시됐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가 21일 개최한 '디지털 주권 보호 노력' 주제 토론회에 참가한 전문가들은 이같이 진단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정부 개입 공백, 불완전성으로 인해 인터넷 시장 공정성이 훼손되고 있다”며 “역차별 받는 국내 IT기업 경쟁력이 잠식당하는 실정”이라고 우려했다.
일부 글로벌 기업이 우리나라 주권, 국내법 규제가 관철되지 않는 공백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면서도 세금 납부엔 소극적이라는 진단이다. 데이터 독과점 체제를 형성해 소비자 권익을 침해하고 시장 기능을 훼손하는 데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기업도 있다고 김 변호사는 지적했다.
그는 “인터넷 기반 디지털 주권은 사이버 영역 디지털 자원에 대한 각국의 통제 권한”이라며 “국내 IT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공정한 인터넷 시장을 형성하려면 디지털 주권을 지키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선 법령 제·개정, 행정권 발동과 같은 강력한 조치를 당부했다. 글로벌 기업 상대 역외조항, 역차별·독과점 규제, 과징금 부과에 필요한 입법·행정·사법권 행사가 검토돼야 한다는 주문이다.
주제 발표에서도 디지털 주권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심우민 경인교대 교수는 “디지털 주권은 이용자 보호 측면에서 국가 역할을 논의하는 형태로 접근해야 한다”며 “그래야만 국내 규제가 글로벌 시장에서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규제 체계에 대한 개선책도 언급했다.
심 교수는 “해외는 영향평가에만 4년씩 걸리는 등 상시적·제도적 평가 체계를 구축한 반면 국내는 규제 혁신 지향점과 방법론이 부재한 상태”라고 날을 세웠다. 그는 “국내 규제 체계 전반을 면밀히 분석하는 작업이 선행돼야 한다”며 “해외 사례를 참조, 우리만의 규제 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학교 교수는 현행 인수합병 제도 손질을 요구했다. 그는 “중국 인터넷 대기업은 데이터, 기술,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와 인수합병 전략을 적극 펼치고 있다”며 “정부 역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진 교수는 “온라인·오프라인 융합 신산업이 활성화되려면 인수합병 규제 완화가 전제돼야 한다”며 “대기업, 스타트업, 정부로 이어지는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개인정보 보호 정책에 대해 쓴소리도 했다. 그는 “중국은 신산업 활성화 차원에서 개인정보와 위치정보 수집관련 유연한 유통을 가능하게 했다”며 “개인정보 활용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불법적 사례가 적발되면 엄벌하는 형태로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박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규제 개선 노력과 달리 국내 환경이 쉽게 변하지 않고 있다”며 “혁신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충돌할 경우 정부가 적극 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