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106>럭 애티튜드

1980년 IBM은 미국 시애틀에 있는 빌 게이츠에게 개인용컴퓨터(PC) 운용체계(OS) 개발을 의뢰한다. 게이츠는 아직 OS를 다뤄 본 적이 없었다. 디지털리서치의 게리 킬달을 소개한다. 협상은 곧 결렬된다. 킬달은 25만달러짜리 수표 대신 로열티를 원했다. 이즈음 시애틀컴퓨터프로덕트(SCP)는 IBM의 의뢰로 OS를 하나 만들고 있었다. 싸구려운용체계(QDOS·큐도스)라는 긴 이름이었다. IBM이 뒷배를 봐주면서 게이츠는 이것을 헐값에 넘겨받는다. 여기에 이것저것 손을 보고 새 이름을 붙인다. 디지털 오퍼레이팅 시스템, 바로 도스(DOS)였다. 이제 협상이 남았다. IBM에는 업계 최고의 협상팀이 있었다. 그러나 컴퓨터에 깔 때마다 로열티도 내고, 도스도 게이츠가 갖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MS)의 번영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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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 DOS 화면(자료: 위키미디어)

디지털 리서치와 앞선 파행이 IBM 협상팀을 조심스럽게 했는지 모른다. 결과를 말하면 최고의 협상팀이 DOS 가치를 놓친 셈이다.

게이츠는 소프트웨어(SW) 가치를 알았지만 IBM 협상팀은 간과한 것이었을까. 혜안의 차이는 있었을지 모르지만 세 번의 행운을 제하고 설명하기 어렵다. 만일 IBM이 집요하게 요구했다면 과연 가능했을까.

모든 것을 전략과 실행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누군가는 온갖 행운을 독차지한다. 이것은 과연 무엇일까.

벤처캐피털 큐벨의 창업자이자 '승자의 본질'(원제는 'Heart, Smarts, Guts, and Luck')의 저자 앤서니 찬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행운이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분명 어떤 행운은 운에 맡겨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것은 준비된 것이다. 대다수 운 좋은 사람에게는 '럭 애티튜드(luck attitude)'라고 하는 그들만의 행동 방식이 있다.

첫째는 겸손이다.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Good to Great)의 저자 짐 콜린스가 꼽은 리더의 덕목이기도 하다. 자신감이 오만이 되지 않게 균형을 잡는 것이다. 자기 인식의 첫걸음이자 열림을 위한 첫 자세이기도 하다.

둘째는 지적 호기심이다. 지나친 자신감이나 오만의 반대다. 상황을 인식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더 많이 묻고, 더 많은 사람을 찾고, 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한다. 위험을 피하는 오랜 묘약이기도 하다.

셋째는 긍정 에너지다. 모두 불가능하다고 생각할 때 그것이 가능하다고 믿는 쪽이다. 긍정 사고 방식의 믿음은 지적 호기심으로 발동된다. 자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겸손으로 '럭 애티튜드'는 완성된다.

1만 시간의 훈련과 오랜 노력으로 준비했다. 그러나 이것으로 게이츠의 성공 모두를 설명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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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세 번의 행운. 단순히 우연이었을까. 아니면 비결이 있을까. 어떻게 보면 겸손, 호기심, 긍정 에너지 모두 지극히 비즈니스의 기본 중 기본 덕목이다. '네고시에이션 360'의 저자 마이클 휠러의 조언도 비슷하다. 탁월함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는 않는다. 현명한 선택에는 다른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생각해 보자. 나는 이런 기본을 지키고 있는지, 어쩌면 망각하고 있지는 않은지. 심지어 오래 전에 잃은 것은 아닌지.

행운과 '럭 애티튜드'. 비슷한 듯하지만 분명 다름이 있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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