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게임산업협회를 비롯한 국내 주요 인터넷 협단체들이 게임 장애를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세계보건기구(WHO) 행보를 규탄하며 관련 내용 철회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WHO는 오는 5월 열리는 국제질병분류기호 개정(ICD-11)에서 게임 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등재하는 방향을 검토하고 있다.
협회는 온라인·모바일·콘솔 등 다양한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는 이용자가 약 20억명에 달한다며 이들 중 더 열정적으로 게임을 즐기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다른 문화콘텐츠를 즐기는 경우에도 자연스럽게 생기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의학계나 심리학계에서도 '게임 장애'에 대한 명확한 결론을 내린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WHO의 ICD-11 초안은 게임 장애를 '다른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해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더라도 게임을 지속하거나 확대하는 게임행위의 패턴'이라고 정의한다. 장애 진단 기준은 △게임에 대한 통제 기능 손상 △삶의 다른 관심사 및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우선시하는 것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하지만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것 등 세 가지다.
협회는 과연 이 같은 정의와 기준으로 20억명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문화콘텐츠를 '질병'으로 분류할 수 있는지 상식적 차원에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단순히 게임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게임 장애' 질환을 가진 것으로 분류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전했다.
협회는 “청소년들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경우 청소년과 학부모들이 겪어야 할 피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혼란에 대해 충분한 검토를 한 것인지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며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인 게임 산업 종사자들이 '질병 유발 물질 생산자'라는 오명을 쓰는 일은 절대로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WHO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선 “게임 장애와 관련된 과학적 의문을 해소할 수 있는 명확한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는지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며 “게임 장애를 과학적으로 입증하기 위해서는 임상적 실험을 통한 데이터로 이를 뒷받침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성명에는 한국게임산업협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모바일게임협회, 한국게임개발자협회, 한국어뮤즈먼트산업협회, 한국인터넷PC문화협회, 문화연대, 게임개발자연대가 참여했다. 이들 단체는 앞으로 긴밀한 협력 관계를 바탕으로 다른 국가 및 산업계와 연계, 공동 대응할 방침이다.
최종희기자 choij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