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업계가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나섰다.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심리가 바닥을 치고 있지만 수익성을 개선하고 미래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다. 백화점 업체는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른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고 4차 산업혁명시대 흐름에 대처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성장한계 돌파가 과제다.
1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소매 판매액은 402조9095억원으로 전년대비 4.4% 증가했으나 백화점 매출은 전년대비 2.1% 감소한 29조2440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소매판매액 증가폭은 2013년 1.1%, 2014년 2.1%, 2015년 2.4%, 2016년 4.3%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반면 백화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3년 8.4%, 2014년 8.1%, 2015년 7.8%, 2016년 7.7% 등 꾸준히 감소세를 나타냈다.
성장세가 멈추자 백화점업계는 신기술을 현장에 도입해 소비자 편의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객 모집효과를 누리기 위한 전략이다.
◇AI 쇼핑 도우미 로봇 속속 도입=롯데백화점은 지난해 4월 서울 소공동 본점에 쇼핑 도우미 로봇인 '엘봇'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엘봇은 말하고 움직이면서 고객에게 식음료 매장을 추천하는 등 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봇이다. 롯데백화점은 IBM과 손잡고 가벼운 인사와 농담까지 이해할 수 있는 보다 진화된 형태의 AI 쇼핑 도우미도 선보일 방침이다.
신세계는 지난해 9월 로봇 '나오'를 시범 운영했고 10월 스타필드 고양 완구전문 매장 '토이킹덤'에 휴머노이드 로봇 '페퍼'를 공개했다. 현재는 추가 연구를 위해 철수했지만 미비점을 보완한 뒤 스타필드 하남과 고양에 상용화된 로봇을 다시 선보일 예정이다.
과거와 같이 고객을 기다리는 서비스만으로는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좀 더 진화한 AI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패션·잡화가 주를 이루던 백화점 업계가 맛집 모시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유명 먹거리를 찾는 고객들이 늘면서 집객 효과 뿐 아니라 다른 품목으로 분수, 낙수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백화점 업체들은 그로서런트(식재료와 음식점을 결합한 식문화 공간)를 앞다퉈 도입하고 대규모 식음료(F&B) 시설을 대폭 확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2008년 이후 10년만에 식품관을 전면 재단장하고 지난달 29일부터 '푸드 에비뉴'를 선보였다. 기존 대비 면적을 30% 확대하고 브랜드를 30여개 늘려 연 매출이 40% 이상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식품관 매출 구성비는 2015년 11.4%, 2016년 11.7%, 2017년 1~11월 12.1%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잠실점의 푸드 에비뉴는 킹크랩, 스테이크 등을 현장에서 바로 조리하는 그로서런트 매장부터 국내외 맛집과 디저트, 펍(pub) 매장 등 식품과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를 총 망라했다.
◇'금강산도 식후경' 맛집 유치 경쟁 치열=현대백화점도 지난해 10월 국내·외 유명 맛집 대거 입점시켜 천호점 식품관을 리뉴얼 오픈했다. 기존 2개층으로 나눠져 있던 식품관을 지하 2층으로 통합했고 면적은 40% 늘린 5300㎡(1600평) 규모로 구성됐다. 리뉴얼 오픈 후 한달간 백화점 매출은 13.1%, 식품관 21.1%가 각각 전년 대비 늘었다.
신세계 강남점의 '파미에스테이션'도 오픈 3년여만에 규모를 키우고 홍대, 이태원 등의 젊은 맛집 11곳을 새롭게 선보였다. 파미에스테이션 2층에 새롭게 오픈한 매장 11곳은 파미에스테이션 주차장에서 도보 1분 거리로 바로 연결돼 접근성을 더욱 높인 것이 특징이다. 파미에스테이션이 인기를 끌자 유동인구는 10~15% 가량 늘었으며 2016년 신세계 강남점 5개층 증축 공사까지 마치면서 대한민국 최대의 도심형 복합쇼핑몰로 떠올랐다. 특히 파미에스테이션을 찾는 고객 중 26%가 신세계 강남점으로 새롭게 유입되고 있다. 이 중 70%가 20~30대의 젊은 세대로 파미에스테이션이 백화점 예비 VIP인 영고객을 대거 끌어들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시티아울렛 동대문점의 경우 지하 2층과 9층을 국내 아울렛 최대 규모의 식음료 전문관으로 꾸몄다. 규모는 6942㎡로, 축구장 1개 크기의 매장에 국내외 유명 맛집 70여곳이 들어섰다. 대구 유명 베이커리인 '삼송빵집'과 부산 3대 어묵집인 '고래사' 등 서울에서 보기 힘든 맛집들이 식음료 전문관을 채웠다.
기존 대형 백화점과 다른 형태의 백화점도 주목받고 있다. 신세계는 '스타필드 고양'에 '팩토리 스토어' 형태의 백화점을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이 가지고 있는 물건을 할인 판매하는 팩토리 스토어는 할인 가격으로 이월 제품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큰 부지에 건물과 다양한 편의시설을 갖춘 아울렛에 비해 규모가 작고 도심에 위치해 접근성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또한 매대에 직원을 배치하지 않고 소비자가 상품을 골라 중앙 계산대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백화점과 마트의 장점을 융합했다. 입점업체가 매장을 관리하는 기존 백화점에 비해 신세계의 전문성과 노하우를 살릴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팩토리 스토어는 국내외 유명 브랜드의 이월 상품을 70~9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어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 입소문을 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백화점이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에서 먹고 즐기며 체험하는 곳 이상의 역할을 해야 경쟁에서 뒤지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로 변모하고 있다”며 “이같은 흐름에 발맞춰 백화점 업계도 소비트렌드 변화에 따라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주현 유통 전문기자 jhjh13@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