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 어디 있나요. 앞 선수를 추월하네요”
11일 오후 3시 15분 강원 평창 알펜시아 크로스컨트리센터에서 힘차게 출발한 2018 평창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선수 68명 가운데 우리나라 대표 김은호 선수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선수가 많은 데다 대형 스크린을 통한 생중계 화면은 선두권 선수 중심으로 보여줬다.
하지만, KT가 관람석 옆에 만든 '5G ICT 존'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을 적용한 '옴니뷰'로 김 선수가 어디에 있는 한눈에 확인 가능했다. 5G ICT 존을 찾은 관람객은 김 선수 순위가 떨어질 때는 아쉬움을, 김 선수가 앞 선수를 추월할 땐 응원을 보냈다.
KT는 옴니뷰 서비스를 위해 선수마다 초정밀 GPS를 부착하고 경기코스 곳곳에 17대 풀HD 카메라를 설치했다. 삼성전자가 제공한 5G 태블릿에는 총 30㎞에 이르는 크로스컨트리 경기장이 3D 입체 그래픽으로 나타났고, 모든 선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김 선수를 클릭하자, 현재 위치를 코스에 표기해주는 것은 물론이고, 그가 지나는 곳의 카메라가 자동으로 중계됐다.
방송사가 보내주는 화면이 아니라 '나만의 경기 중계'가 가능한 셈이다. 입체감과 현실감이 극대화되는 것은 물론이고 향후 스포츠 중계 방식이 혁명적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17대 초고화질 카메라가 동시에 보내는 막대한 트래픽을 초고속으로 실시간 처리할 수 있는 5G 기술이 있었기에 가능한 장면이다. 5G의 단말 수용능력을 감안하면 훨씬 많은 카메라를 설치할 수 있다.
이병무 KT 평창동계올림픽추진단 상무는 “5G는 한정된 공간에 무한대 단말을 수용할 수 있다”면서 “필요하면 수백대, 수천대 카메라를 설치할 수도 있다”고 자신했다.
체감온도 영하 10도를 넘나드는 맹추위에도 이날 KT 관계자들은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 성공을 위해 동분서주했다. 통신 인프라 특성상 제품이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데도 대회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KT 관계자는 “2015년 MWC에서 황창규 회장이 세계 최초 5G 시범서비스를 선언한 후 3년 만에 마침내 꿈을 이뤘다”면서 감격스러워했다.
5G ICT 존은 이날 하루에만 500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관람객은 옴니뷰, 싱크뷰,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 등의 실감형 5G 기술을 체험했다.
경북체육중 박기태 군(16)은 “스키점프를 가상현실(VR)로 보니 자리에 앉아서 볼 때와 느낌이 너무 달라 신기했다”면서 “마치 선수가 돼 점프를 뛰는 것 같아 무섭기도 했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가족과 평창을 찾은 우종순 씨(53)는 “진짜 동계 종목을 타는 것 같은 입체감이 느껴졌다”면서 “나중에 서비스가 나오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KT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곳곳에 5G 기술을 접목했다.
10일 강릉 아이스 아레나에서 중계된 남자 쇼트트랙 1500m 결승 장면이 인터랙티브 타임슬라이스로 지상파에 생중계됐다. 아레나에 설치된 100대의 카메라로 촬영한 타임슬라이스 화면이 5G망을 거쳐 일반 가정까지 전달됐다.
앞서 KT는 9일 개막식에서 선보인 '평화의 비둘기'에도 5G 기술을 적용했다. 1200명이 일사분란하게 LTE 촛불을 켜고 끄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판단, 5G 초저지연 네트워크로 1200개 LED 촛불을 동시 제어해 평화의 비둘기를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KT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선보인 '세계 최초 5G'에 글로벌 정보통신기술(ICT) 리더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마츠 그란리드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사무총장을 비롯 요시자와 카즈히로 NTT도코모 사장 등 쇼트트랙 경기를 100여대의 카메라가 동시에 촬영하고, 영상을 5G 단말로 실시간 전달되는 장면에서 KT가 5G 기술로 올림픽 경험 방식을 바꿨다고 평가했다.
요시자와 NTT도코모 사장은 “KT가 5G를 올림픽에 적용한 사례를 바탕으로 2020 도쿄 올림픽대회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노하우를 활용하고, 파트너와 협력으로 5G 상용화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평창=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