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의 종교계 원로이자 성직자가 여성에 아바야(목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검은색 통옷)를 강요하면 안 된다는 주장을 펴 관심을 끌고 있다.
10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사우디 최고 종교기관인 원로종교위원회의 셰이크 압둘라 알무틀라크 위원은 전날 현지 방송에 출연해 “이슬람권에서 신실한 무슬림 여성 가운데 90%는 아바야를 안 입는다”면서 “사우디도 여성에게 아바야를 강요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사우디에서 여성은 외출할 때 겉옷인 아바야와 히잡(머리카락을 가리는 스카프)을 의무적으로 착용해야 한다. 엄격하고 보수적인 사우디 종교계에서 아바야를 강요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은 상당히 파격적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등 걸프 지역의 다른 이슬람 국가에서 무슬림 여성이 아바야를 입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지만, 의무적이진 않다.
셰이크 압둘라는 이날 방송에서 “아바야만이 이슬람적인 복식이라고 할 수는 없다. 여성이 단정하게 보이는 다른 복식도 있다”고 말했다.
그의 주장은 올해 들어 급속히 진전되고 있는 사우디 여성의 '권한'과 맞물려 있다.
사우디 정부는 올해 1월 축구경기장에 여성의 입장을 처음 허용했고, 6월엔 여성에게 운전면허증도 발급할 예정이다. 여성의 교육과 사회진출을 장려한다는 게 현 사우디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