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메스가 국내 장비업체 최초로 연 매출 2조원 고지를 넘었다. 매출 2조원은 세계 반도체 장비 기업 매출 순위로 10위권 안팎에 해당한다.
6일 삼성전자 등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세메스의 매출은 2조원을 웃돈 것으로 전해졌다. 전년(1조868억원) 대비 매출이 100% 가까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이 오른 이유는 주요 고객사인 삼성전자와 삼성디스플레이가 반도체, 디스플레이 투자를 확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평택 1층 반도체 생산 라인 투자와 더불어 하반기에 2층 투자를 시작했다. 화성 반도체 사업장도 다양한 보완, 전환 투자가 이뤄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삼성전자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분야에 43조4000억원의 사상 최대 시설 투자를 단행했다”면서 “이 같은 투자 혜택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품목별로는 주력인 세정 장비가 견조한 성장세를 기록했다.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초임계(超臨界, 슈퍼 크리스털) 세정 장비가 삼성전자 10나노급 D램 양산 라인에 대거 공급되면서 이익률을 높였다. 강호규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부사장)은 최근 개최된 '세미콘코리아 2018' 전시회에서 이 같은 초임계 세정 장비가 대표 혁신 설비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초임계는 기체도 액체도 아닌 특수한 성질을 띠는 물질 상태를 의미한다. 세메스 초임계 장비는 고압·고온으로 액화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상태로 만든 후 이를 활용, 웨이퍼 세정 작업을 한다. 기존의 회전 방식을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패턴 뭉개짐 현상을 차단했다.
반도체 자동화 설비인 물류이송장비(OHT)도 매출액 확대에 상당한 보탬이 됐다. OHT는 반도체 웨이퍼가 담긴 통(풉)을 자동 운반하는 시스템이다. 공장 천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웨이퍼 풉을 각 공정 장비로 옮겨 주는 것이 OHT의 역할이다. 이 장비는 해외에서 전량 수입해서 사용해 왔지만 세메스가 국산화하면서 대체됐다.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에 세메스 OHT가 적용됐다. 미국 램리서치가 독점하고 있는 식각 장비 역시 세메스 제품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선 올해도 세메스 매출이 전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웃도는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시설 투자가 전년보단 줄어들 것이라고 밝혔지만 디스플레이를 제외한 반도체만 보면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이후에는 반도체 시황이 꺾인다는 전망이 우세, 세메스의 성장성이 불투명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자회사에서 벗어나 고객사 다변화가 절실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장비 업계 전문가는 “세메스가 매출액 2조원을 돌파했다곤 하지만 경쟁 해외 장비업체도 실적이 대부분 크게 뛰었기 때문에 톱10 안에는 들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표. 세메스 연간 매출 추이(자료 세메스)
2012년 5883억원
2013년 8973억원
2014년 9144억원
2015년 1조1189억원
2016년 1조868억원
2017년 2조원 상회(추정)
한주엽 반도체 전문기자 powerus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