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집행유예로 석방되면서 삼성전자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삼성은 총수 부재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정상 궤도로 올라설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행보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5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 부회장 석방에 따라 새로운 삼성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변화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은 이 부회장이 무죄 판결을 받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지만, 자유의 몸으로 풀려난 것에 안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함께 구속됐던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함께 집행유예로 풀려난 것도 다행이라는 반응이다.
삼성과 변호인측은 이 부회장 향후 행보에 대해 말을 아꼈다. 재계는 이 부회장이 집행유예 상황인 만큼 조심스럽게 활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활동과 총수 부재로 인한 문제들을 푸는 활동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은 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쌓아온 국내외 브랜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고, 국민 신뢰도 잃었다. 때문에 이 부회장이 복귀하면서 가장 먼저 풀어야 할 문제는 바로 신뢰 회복이다.
당장 그룹 차원에서 중요한 행사가 이어져 바로 활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장 오는 9일 부친인 이건희 회장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명예위원으로서 유치 활동을 했던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다. 병상에 누워있는 이 회장을 대신해 이 부회장이 개막식에 참석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오는 12일은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선대회장 탄생일이며, 다음 달은 그룹 전신인 '삼성상회' 설립 80주년을 맞는 달이다. 또 이건희 회장이 '제2 창업'을 선언한 지 30년이 되는 달이기도 하다. 이 같은 계기를 맞아 새 미래 청사진을 제시할 수도 있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이 '제3의 창업' 등을 선언하며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새 비전 발표나 선언을 할 것으로 예상한다.
국민 신뢰 회복 차원에서 사회 공헌 활동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 측근으로 분류되는 이인용 사장이 삼성봉사단장으로 이동한 것도 이 같은 예상에 힘을 싣는다. 문재인 정부가 강조하는 '상생협력', '동반성장'을 위한 실행방안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움직임도 구체화할 것으로 보인다.
1년 가량 자리를 비운 삼성전자 경영 활동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룹 회장은 더 이상 없다고 선언한 만큼 삼성전자 경영에만 집중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좋았다. 지난해 사상 최고 실적도 경신했다. 하지만 지난해 실적은 이전에 개발하고 투자한 결과라서 미래까지 담보하지는 못한다. 현재 가장 시급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다.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 구속 이후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이 멈췄다. 총수 차원의 결단이 필요한 투자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과감한 투자계획 등을 발표할 가능성도 높다.
대외 활동 재개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 구속 기간 동안 글로벌 네트워크가 단절됐다. 이는 삼성은 물론이고 국내 재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4월 피아트크라이슬러 지주회사인 이탈리아 엑소르 사외이사에서 물러났다. 2012년부터 사외이사를 맡아왔으나 구속으로 인해 활동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 상임이사에서도 하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 10년 이상 참석해 온 IT·미디어 업계 최고경영자 모임인 '앨런앤코 미디어 콘퍼런스'를 비롯해 국내외 주요 행사에 불참했다.
재계는 글로벌 네트워크 활동 제약은 이 부회장 개인과 삼성을 넘어 한국 경제에도 손실이라며 안타까워 해왔다. 때문에 끊겼던 네트워크를 회복하는데도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권건호 전자산업 전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