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개헌논의가 부진하자 직접 '개헌안 카드'를 꺼냈다. 문 대통령은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 개헌안 마련을 정책기획위원회에 요청했다.
5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국회가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합의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국회 합의만을 바라보며 기다릴 상황이 아니다”며 “대통령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중심이 되어 국민 의사를 수렴하고, 국회와 협의할 대통령의 개헌안을 준비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 카드를 직접 꺼내든 것은 지방선거와 함께 개헌 국민투표를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정치권에서는 개헌 논의에 좀처럼 속도가 붙지 않고 있다. 국회는 지난해 1월 개헌특위를 구성했지만 별다른 성과 없이 1년 넘게 시간을 흘려보냈다. 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려면 여야 합의가 필요하다.
앞서 문 대통령은 여야가 3월까지 개헌안에 합의하지 않으면 쟁점을 제외한 내용을 담아 정부안을 제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각 당이 개헌 의지를 밝히며 당론을 모으고, 여야가 협의를 시작한 것은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아직도 원칙과 방향만 있고 구체적 진전이 없어서 안타깝다”며 “하루 빨리 개헌안 마련과 합의에 책임 있게 나서길 다시 촉구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늦어도 내달 초까지는 개헌안이 도출돼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야당과 권력구조개편 관련 의견차가 커 조율이 쉽지 않다.
여당은 현행 5년 단임제인 대통령제를 '4년 중임제'로 하는 것으로 당론으로 정리했다. 야당은 이에 반대한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분권형 개헌을 주장한다.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 간 쟁점이 많아 전면 개헌보다는 부분 개헌부터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 대통령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을 위한 국민의 개헌이어야 한다”며 “과정과 내용에서 국민의 뜻을 최우선으로 존중하는 개헌안을 마련하는 한편, 국회와도 소통하고 협의할 수 있도록 노력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서지현 검사의 검찰 내 성추행 사건에 대해 엄중한 처벌을 재강조했다. 지난달 30일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언급한 이후 두 번째 공식 발언이다.
문 대통령은 “결코 묵과할 수 없는 매우 엄중한 사안”이라며 “법무부와 검찰은 직장 내 성희롱·성폭력 근절의 중요한 시금석이 될 사건임을 명심해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고, 드러나는 사실에 대해 관련자에게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또 다른 현직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것에도 엄정한 진상 규명을 촉구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