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20년으로 예정돼 있던 달 탐사 계획을 10년이나 늦췄다. 한국형 발사체의 본 발사는 1년 이상 연기됐다. 국가 차원의 우주 사업이 잇달아 차질을 빚으면서 기획, 관리, 연구개발(R&D) 등 총체 부실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올해 10월 한국형 발사체 시험 발사마저 실패하면 340억원 넘는 예산이 추가되는 등 국고 낭비 문제도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일 제14회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제3차 우주개발진흥계획'과 '한국형발사체개발사업 일정 검토 및 향후 계획'을 심의, 확정했다.
3차 우주계획은 2022년까지의 국가 우주 개발 로드맵이다. 2040년까지의 비전과 목표도 포함된다. 국가 위상 제고, 경제 발전 위주 계획 대신 국민 안전과 삶의 질 향상에 주안점을 뒀다.
우주발사체 기술 자립, 인공위성 활용 서비스 및 개발 고도화, 우주 탐사 시작, 한국형위성항법시스템(KPS) 구축, 우주 혁신 생태계 조성, 우주 산업 육성과 우주 일자리 창출을 6대 전략 분야로 제시했다.
달 탐사 2단계 사업(달착륙선 자력 발사)은 2030년을 목표로 추진한다. 내년부터 임무 분석, 기술 수준 검토 등 사전 기획에 착수한다. 2030년은 기존 목표인 2020년보다 10년 늦은 일정이다.
달 탐사 사업 지연에는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 처음부터 지난 정부가 잡은 일정이 지나치게 촉박했다. 박근혜 정부는 임기 내 달 탐사를 추진하기 위해 2018년에 1단계 사업(달 궤도선 발사), 2020년에 2단계 사업을 완료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1단계 사업부터 보통의 인공위성 개발보다 짧은 기간이어서 무리한 일정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정부는 지난해 우주위에서 1단계 사업을 2년 미루기로 했다. 당시 2단계 사업 추진 일정은 확정하지 않았지만 연기가 확실시 됐다.
한국형발사체 개발도 연기되면서 달착륙선 발사는 예상보다 더 뒤로 밀렸다. 달 탐사 2단계 사업은 달착륙선을 실어 나를 발사체까지 우리 손으로 만들어야 한다. 2030년으로의 재설정은 한국형발사체 개발 지연, 달 탐사 현실성을 고려한 보수 형태의 목표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이진규 과기정통부 1차관은 “3차 우주계획은 2차 계획에 비해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는 게 특징”이라면서 “달 탐사는 발사체 기술을 안정 확보해야 하고, 반드시 2030년에 보내겠다는 것은 아니다. 그 이전이라도 조건이 맞으면 발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차관은 “그동안 경험에서 봤듯 현실성을 고려하지 않은 장밋빛 비전은 일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면서 “(2030년은) 가장 안전하고 실현 가능한 시점을 제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는 우주위에서 한국형발사체 1차 본 발사는 2019년 12월에서 2021년 2월, 2차 본 발사는 2020년 6월에서 2021년 10월로 각각 연기했다. 추진제 탱크 납품이 지연된 탓이 컸다. 제작업체가 사업을 포기, 신규 업체 선정 과정에서 18개월이 지연됐다.
정부는 2016년 시험 발사 일정을 연기하다가 이날에서야 겨우 사업 계획을 확정했다. 올해 10월 시험 발사는 예정대로 실시한다. 추진제 탱크 개발 과정에서 병행 가능한 공정은 최대한 서두른다.
시험 발사 실패 대비 계획도 마련했다. 올해 10월 시험 발사가 실패하면 문제점을 분석, 내년 10월에 같은 형태의 시험 발사체를 다시 발사한다. 본 발사 일정은 4개월씩 지연될 것으로 예상됐다. 예산은 344억원이 더 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시험 발사에 성공하면 2021년에 예정대로 본 발사를 한다.
이 차관은 “2021년에 우리 손으로 만든 발사체를 우리 땅에서 최초로 발사한다”면서 “한국형발사체 성공 이후에는 민간 양산 체계를 구축, 3톤급 위성 발사가 가능한 대형 발사체로도 확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