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웹툰 불공정 생태계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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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진코믹스 로고<전자신문DB>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작가 간 갈등이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 연재 작가의 고료 늑장 지급을 계기로 지각비 징수, 블랙리스트 의혹까지 제기됐다. 작가들의 청와대 청원과 양측의 사실 공방 끝에 레진엔터테인먼트가 작가를 고소하며 갈등이 심화됐다. 공정성 논란이 장기화되면서 정부, 작가, 웹툰업계를 막론하고 불공정한 웹툰 생태계 개선과 방지책 마련을 위한 목소리가 거세졌다. 갈등과 불신을 완화하기 위한 소통 창구 마련이 요구된다.

◇'레진 vs 작가' 갈등 장기화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최근 회사를 비방한 일부 작가 대상으로 법정 대응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작가와의 대치 국면이 한 달 넘게 이어지면서 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회사는 “허위 사실을 퍼뜨린 작가 2명을 대상으로 법무법인을 소송대리인으로 선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레진 측은 “소송 중이어서 자세한 내용을 말하긴 어렵지만 허위 사실 적시와 확산으로 회사는 물론 레진코믹스에 작품을 연재하고 있는 다른 작가들에게도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작가 간 갈등은 지난해 12월 6일 회사를 고발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페이지에 올라오면서 본격화됐다. 전날 중국에 작품을 연재한 작가에게 고료를 2년 만에 정산했다는 논란이 시발점으로 작용했다. 청원은 이 밖에도 지체상금(지각비) 징수, 작가 블랙리스트 운영, 합의 없는 수익 배분 변경을 문제로 지적했다.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작가 커뮤니케이션 부서 신설, 지체상금 폐지, 미니멈개런티(MG) 인상 등 개선책을 내놨다. 그러나 작가와의 갈등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MG는 연재 작품의 판매정산액이 기준액에 못 미칠 경우 회사가 이를 보전해 주는 제도다.

특히 회사 방식에 항의한 작가 작품을 노출하지 말 것을 지시한 내부 이메일이 언론에 유출되면서 비판은 더욱 거세졌다. 레진 측은 “해당 이메일은 계약 당사자 간 비밀 유지, 허위 사실 유포 때문에 작가와의 계약 해지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작가들은 공개 사과와 처벌을 요구하고 나섰다.

◇고질화된 소통 부족…사과와 책임 인정 선행돼야

레진엔터테인먼트는 이번 갈등 이전에도 수차례 작가와 대립했다. 지난해에는 웹소설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논란도 있었다. 웹툰업계에서는 그때마다 사태를 키운 요인으로 레진엔터테인먼트 측의 미흡한 소통이 지적되고 있다.

이번 갈등의 발단이 된 중국 연재 작가 고료 지급만 하더라도 상세하고 투명한 상황 공개와 빠른 대처를 하지 못해 불씨를 키웠다. 다른 유료 웹툰 플랫폼에서도 작가와 크고 작은 마찰이 있었지만 이번처럼 장기화되지는 않았다. 설득과 합의를 통해 빠르게 대응했기 때문이다.

웹툰업계 관계자는 4일 “레진엔터테인먼트와 작가의 갈등은 수년 간 있어 왔지만 더욱 격화되고 있다”면서 “작가와 갈등을 법정에서 해결하는 것이 작가와의 소통 강화와 함께 회사 이미지 재건에 나서야 할 때 경영 전략상 옳은 판단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대책 마련 과정에서 작가와의 직접 소통보다 대외 발표에 무게를 실은 점도 작가와의 관계를 악화시켰다. 당사자인 작가가 소외됐다는 지적이다. 작가들은 지난달 16, 18일 작가간담회에서 회사 측이 성실하게 답변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대화와 소통 없이 일방으로 결정됐다면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이림 한국만화가협회 이사가 최근 열린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가 우선돼야 한다”면서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작가나 외부로 돌리는 것은 신뢰를 떨어뜨린다”고 비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산업 침체 우려…웹툰 생태계 불공정 관행 개선해야

더 큰 문제는 작가와 플랫폼 간 불공정 행위가 다른 플랫폼과도 무관치 않다는 점이다. 서울시가 지난해 발표한 '문화예술 불공정 실태 조사'에 따르면 만화·웹툰 작가 36.5%는 불공정 계약 조건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작가 33%는 부당한 수익 배분 행위를 겪었다고 답했다.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정부도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자칫 웹툰 산업 전반에 걸친 발전 동력이 저하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최근 표준계약서 개정과 상생협의체 마련을 추진하는 등 불공정 행위 방지에 팔을 걷어붙였다. 불공정 계약 관행을 근절하고 작가, 플랫폼, 정부 등 다양한 주체가 모여서 소통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조현래 문체부 콘텐츠정책국장은 “창작자와 플랫폼 간에 축적된 갈등은 신뢰 및 창의성 저하로 이어져서 웹툰 산업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면서 “공정하고 서로 믿을 수 있는 산업 생태계를 밑바탕으로 우리 웹툰이 크게 뻗어 나갈 수 있도록 만화계, 관계 부처, 지방 정부와의 협력을 강화하고 정부 차원에서 조치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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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래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정책국장이 30일 공정한 웹툰 생태계 조성을 위한 토론회에서 발표하고 있다.<전자신문DB>

오대석기자 od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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