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정연설에서 '자국 보호무역' 전략 강화를 재천명했다. 그간의 무역협정을 버리고 엄격한 규정을 이행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자유무역협정(FTA) 개정협상, 세이프가드 발동 등과 맞물려 우리 정부의 대응전략 마련이 시급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의회에서 행한 첫 국정연설에서 “경제 굴복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지금부터 미국이 추구하는 무역관계는 공평·호혜”라고 말했다.
그동안 트럼프 정부는 자유무역보다 공정무역을 강조했다. 미국의 대규모 무역적자 해소에 중점을 두고 무역 정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자국 산업과 노동자 보호를 내세워 불공정 무역 조사를 전방위적으로 강화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도 시종일관 '위대한' '강한' 미국 등의 수식어를 되풀이하며 미국 우선주의에 기초한 강력한 무역 정책을 거듭 강조했다. 대내적으로는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선언했다.
그는 “과거의 '나쁜' 협정이 미국의 번영을 희생시켰고 미국의 기업과 부(富)를 앗아갔다”며 “엄격하게 무역 규정을 적용해 미국 노동자와 지식재산권을 보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세탁기 등에 대한 미 당국의 세이프가드에 이어 지재권 통상공세도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는 특허 침해를 이유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업체를 조사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2년 차 핵심 목표로 인프라 투자를 제시하며 의회에 1조5000억 달러(약1600조 원)의 예산 편성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배경과 피부색, 신념에 관계 없이 모든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 함께 일하자고 민주당과 공화당 양 당에 손을 내밀고 있다”라며 초당적 협력과 통합을 강조했다.
북한과 관련해서는 최대의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어떤 정권도 북한의 잔인한 독재보다 더 잔인하게 주민을 탄압하지 않았다”며 “북한의 무모한 핵미사일 추구가 미국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고의 압박작전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경험은 우리에게 자만과 양보는 북한의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것을 말해준다”면서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도 핵무기 공장 현대화와 재건사업을 통해 미국의 핵무기를 어떠한 침략도 방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 올리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국정연설에 북한에 억류됐다가 풀려난 직후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가족과 탈북 장애인 지성호 씨를 초청해 직접 사연을 소개하며 북한 정권의 비인권적인 잔학상을 비판하기도 했다.
성현희 청와대/정책 전문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