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카드 단말기 전환이 더디다.
금융당국은 밴(VAN)사 '줄 세우기'로 재촉만 하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IC등록 단말기 설치현황에 따르면 IC등록 단말기 전환이 6개월도 채 남지 않았지만 설치율은 평균 71.1%에 그쳤다.
지난해 하반기를 등록 단말기 전환에 최적의 시기라고 판단했던 금융당국과 업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5개월간 약 8%P 늘어났다. 2015년 7월 정부는 여신전문금융업법 개정에 따라 IC등록단말기 설치를 의무화했다. 3년 유예기간이 주어졌다.
세부적으로 들여다보면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영세가맹점 전환도 여신금융협회 주도로 무상 교체가 이뤄지지만, 식당 등 소형 가맹점은 아직도 IC전환 의무화 사실을 모르는 곳이 상당하다.
초대형 가맹점의 IC단말기 전환은 더욱 심각하다.
금융당국과 여신협회는 그룹별로 단말기 설치율을 표시하던 상황에서 아예 업체명을 공개해 '성적'을 매겼다.
마땅히 강제할 방안이 없는 상황에서 업체 부담만 가중됐다는 평가다. '숙제검사'식 방식에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다.
설치율도 눈 가리고 아웅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77.7%로 가장 높은 설치율을 보이는 SPC네트웍스의 경우 10만대 미만의 등록 단말기를 관리하는 작은 업체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 미만이다.
KS넷(68.6%), NHN한국사이버결제(68.6%), 금융결제원(67.2%), 한국신용카드결제(63.2%), 퍼스트데이타코리아(62.9%) 등 5개사는 설치율이 전체 평균인 71.1%에 못 미친다.
이중 퍼스트데이터코리아, 케이에스넷는 20만대 이상의 단말기를 관리하는 대형 밴사다. 다른 기업들도 10만~20만대 이상을 관리한다.
이들 업체들은 지난해 7월에도 50~60%대 설치율을 보였고, 대형 가맹점일수록 전환이 더디다는 지적을 받았다. 사실상 5개월 간 전환 속도는 달라진 것이 없다.
금융당국은 IC전환을 유도할 인센티브나, 총 1000억원 규모 기금 지원 확대 방안에 대해선 논의 중이라고만 밝혔다. 미리 인센티브 대책을 공개하면 영세 가맹점은 물론이고 중소형 가맹점 역시 IC단말기 설치를 더욱 미룰 수 있다는 입장이다.
여신법에 따면 7월 20일까지 IC단말기를 설치·이용하지 않으면 가맹점과 밴사는 각각 과태료와 과징금 처분을 받는다. 막판 등록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가맹점이 비용 등을 이유로 IC전환이 늦어지고 있지만 추가 대책은 타이밍을 이유로 검토 단계다.
금융위원회는 수수료 변경 사업 등의 정책 변경으로 혼선만 가졌고, 금감원은 밴사 관리 업무만 떠안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현재 설치율이 미진해도 3월경까지 중소형 가맹점 위주로 설치가 이뤄지도록 독려하고 있다”면서 “대형 가맹점은 규모가 큰 만큼 전환이 가까워지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명희 경제금융증권 기자 noprint@etnews.com, 길재식 금융산업 전문기자 osolgi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