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유공자 첫 선정]과학, 나라를 일으키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과학기술유공자' 32명을 처음 선정했다. 국민이 존경할 만한 업적, 생애를 남긴 과학기술인을 알리고 예우해 과학기술 위상을 높이는 취지다. 첫 유공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과학 영웅'의 발자취를 되짚어본다.

이들 석학은 현대 한국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땅의 자연과 생태를 집대성하고 국민이 필요한 지식을 개발했다. 산업계에선 세계 '최초' '최고' 기술이 꽃을 피웠다.

조선·반도체 등 주력 산업의 화려한 역사 뒤엔 과학기술자의 묵묵한 노력이 있었다. 고 김재근 서울대 명예교수는 서울대 조선공학과 창설을 주도했다. 선박 선형 설계 시 동력 절감을 다루는 최초의 논문을 발표했다.

민계식 현대학원 이사장은 현대중공업과 한국 조선 산업의 전성기를 이끈 최고경영자(CEO)로 유명하다. '발명하는 CEO'를 지향하면서 뛰어난 연구개발(R&D) 업적을 남겼다. 초대형 LNG 운반선, 초대형 컨테이너, 순수 독자 기술로 만든 '힘센(HiMSEN) 엔진' 등이 그의 작품이다.

엔지니어 출신 전문 경영인 윤종용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이사장은 대한민국 정보통신기술(ICT) 신화의 주역이다.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활약하며 메모리 반도체 세계 1위, 박판트랜지스터(TFT) 액정표시장치(LCD) 세계 1위를 달성했다.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에도 혼신의 힘을 쏟아 3년 만에 매출 10억달러를 일궈냈다.

근대화 시절 가난을 극복하는 데도 과학의 역할이 컸다. 정길생 전 건국대 총장은 한국 동물생명공학의 창시자다. 관련 개념도 없던 시대에 선진 연구방법을 소개하고 전문서적을 발간했다. 자신의 연구 성과를 축산 현장에 적용해 농가 소득을 높였다.

정창희 서울대 명예교수는 과거 우리 산업 발전의 밑거름이었던 석탄자원 확보에 기여했다. 한반도 상부의 고생대 지사를 해석하고 석탄층을 찾는 새로운 탐사 기준을 제시했다.

고 우장춘 박사는 다윈 이론을 보완한 '종의 합성' 이론을 입증한 유전육종학계 대가다. 그는 채소를 비롯한 감자, 귤 등 우량종자를 개량하고 종자 자급에 기여했다.

정부는 첫 과학기술유공자 지정 때 오늘날의 한국 과학을 있게 한 1세대 연구자를 기렸다. 고 조백현 서울대 명예교수는 전통식품의 과학화와 국민 식생활 증진에 기여한 효시 농학자다. 고 한구동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현대약학의 창시자로, 우리 민족의 식생활과 위생 문제 연구에 매진했다.

고 현신규 서울대 명예교수는 우리나라 최초의 임학박사다. 한 교수가 주도한 조림 사업 덕분에 우리나라는 유엔식량농업기구(FAO)로부터 '2차 세계대전 이후 산림 복구에 성공한 유일한 국가'라는 극찬을 받았다.

1세대 재료공학자이자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설립의 산파 윤덕용 명예교수, 1세대 원자력 연구자 이창건 한국원자력문화진흥원장도 이름을 올렸다.

나비 연구자 고 석주명 선생은 생물학에 민족성을 심었다. 20여 년 간 전국의 나비 75만 마리 채집해 통계를 바로잡았다. 한국 나비 248종을 현대 과학으로 정리한 '한국의 파브르'로 이름이 높다.

고 염영하 서울대 명예교수는 한국 범종의 신비를 밝힌 공학자다. 성덕대왕신종, 상원사종 등 한국 종의 특성과 우수성을 입증하고 전통 기술을 복원했다. 재료와 기계 분야 선도 학자로, 그가 저술한 교과서는 최근까지도 대학에서 활용된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