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타, 200여 개 일몰 사업 '쓰나미' 대비해야

정부 연구개발(R&D) 사업 200여 개가 2020년까지 수년 내에 '일몰'된다. 신규 사업 예비타당성조사(예타)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한꺼번에 많은 예타가 몰리면 사업기획 부실화, R&D 예산 절벽 같은 부작용이 우려된다. R&D 예타 제도 개선안에 일몰 사업 후속 대책을 포함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Photo Image
ⓒ게티이미지뱅크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은 최근 이슈 페이퍼 'R&D 예비타당성조사의 현안 및 중장기 발전 방안'을 발간하고 올해 제도 개선 수요를 분석했다. KISTEP은 국가 R&D 예타의 실무 수행 기관이다.

예타는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국가 재정 사업 추진 전 거치는 평가 절차다. 지난해 법 개정에 따라 기획재정부가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 R&D 사업 예타를 위탁한다. 과기정통부는 R&D 특성에 맞는 예타 운용지침 개정안을 마련 중이다.

KISTEP 보고서는 예타 제도 개선 주요 내용으로 △예타 소요 기간 단축을 통한 R&D 적시성 확보 △사업 특성 별 평가 방법 차별화 △R&D 종합조정 기능과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제시했다.

일몰 사업 후속 대책 마련 필요성을 제기했다. R&D 사업 일몰제는 2015년 도입됐다. 그 동안 각 부처가 종료 시한 명시 없이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계속지원형 R&D 사업의 타당성을 재평가해 점진 종료시키는 제도다.

사업 목적이 달성됐거나 변화한 시대상을 반영하지 못하는 사업은 접는다. 이렇게 생긴 예산 여유분을 신규 R&D 사업에 투자한다. 국가 R&D 예산이 크게 늘어나기 힘든 상황에서 구조조정 일환으로 마련된 제도다.

문제는 일몰 사업이 2020년까지 급증한다는 것. KISTEP 집계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일몰형 사업으로 전환되는 기존 계속지원형 사업은 204개에 달한다. 일몰 규모는 매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각 부처는 일몰 사업을 대체할 R&D 사업을 새로 기획해야 한다. 신규 R&D 사업 기획이 봇물을 이룰 전망이다. 기존 사업을 대체하는 R&D는 500억원 이상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 될 가능성이 짙다. 예타를 받아야 한다.

부작용을 피하기 어렵다. R&D 기획과 예타가 제때 이뤄지지 못하면 사업이 급격히 줄어드는 '예산 절벽'이 발생한다. 반대로 일몰 시기에 맞춰 서둘러 R&D 사업을 기획·평가하면 부실화 우려가 있다.

한 예타 전문가는 “일몰 사업을 대체하는 신규 기획 사업의 예타 수요가 쏟아지기 시작하는 시점은 대략 지난해 말부터”라면서 “올해는 지난해의 약 두 배에 이르는 예타가 신청되는 등 상황이 극심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만약 이들 사업 예타를 제때 수행하지 못하면 예산 절벽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KISTEP은 이들 사업 대상 예타의 간소화, 시범사업 도입을 제안했다. 일몰 판정을 받은 사업은 큰 틀에서 개선 요구가 도출됐기 때문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다. 정책적 시급성이 인정되는 사업은 예타 전이라도 종합 조정 기능을 통해 시범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