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로머 세계은행(WB) 수석 이코노미스트가 칠레 기업환경평가 조작 논란 끝에 자리에서 물러난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용 WB 총재는 이날 인트라넷에 올린 글에서 “폴 로머가 수석 이코노미스트 자리에서 바로 사임하고 싶다는 의사를 알려왔다”며 “그의 솔직함과 정직함을 높게 평가하고, 로머도 그가 떠나게 된 상황을 애석해 하고 있다는 걸 안다”고 전했다.
김 총재는 로머가 WB를 떠난 후 뉴욕대 교수로 되돌아간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로머는 2016년 10월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부총재로 임명된 지 15개월 만에 WB를 떠나게 됐다. 그의 공식임기는 2020년 9월이었다.
로머는 인적자본과 기술력 등을 경제성장 동력으로 바라보는 '내생적 성장' 이론의 대가로, 노벨경제학상 후보로 매년 이름을 올리는 저명한 경제학자다.
그의 사임에는 이달 초 불거진 칠레 기업환경평가 조작 논란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로머는 지난 12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WB가 집계하는 기업환경평가에서 칠레의 순위가 급락한 것은 기업환경이 악화해서가 아니라 평가방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며 평가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칠레의 기업환경평가 순위는 친기업 우파 성향의 세바스티안 피녜라 대통령이 재임했던 2010∼2014년 최고 34위까지 올랐다가 좌파 계열인 미첼 바첼레트 현 대통령이 취임한 이래 57위까지 급락한 바 있다.
하지만 그의 발언 후 WB가 외부조사를 하는 등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하자 로머는 블로그에서 “조작된 흔적을 보지 못했다”며 “나도 잘 알지 못했던 것을 명확하게 하려던 시도에 대해 사과한다”며 태도를 바꿨다.
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