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누군가는 돈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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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 성장 시대는 끝났다. 가입자가 늘면 누이 좋고 매부 좋던 시절은 아련한 추억이다. 인터넷을 둘러싼 망 사업자(ISP)와 콘텐츠 기업(CP) 간 갈등의 발화점이다.

ISP는 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투자비를 회수해야 한다. CP는 콘텐츠를 보여 주고 가입자를 모았다. 가입자가 매달 돈을 냈다. 가입자는 점점 늘어 갔다. ISP와 CP 모두 행복했다.

가입자가 늘지 않는 시점이 도래했다. 가입자는 일정하지만 데이터 사용량은 급증하고 있다. 데이터 사용량 증가가 요금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과 와이파이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의 요금 규제마저 지속된다. ISP는 정당한 망 투자비 회수가 가로막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ISP가 보기에 재주는 자신이 넘고 돈은 CP가 번다고 불만이다. ISP와 CP 사이가 갈수록 멀어지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 인터넷 산업 현장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미국의 망 중립성 폐지 시도와 국내의 페이스북 망 사용료 협상 등은 이런 상황이 현실로 드러난 극히 일부 사례에 불과하다.

ISP 시각으로는 대단히 불합리한 현실이다.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CP를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반면에 이것은 ISP 주장일 뿐 건강한 CP 생태계를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반론도 거세다.

인터넷 산업을 둘러싼 수많은 정책 아이디어의 옳고 그름을 따지고자 하는 게 아니다. 중요한 건 균형 감각이다. 국내 ISP는 요금, 망 사용료 어느 한쪽에서도 만족스러운 투자비 회수를 할 수 없지만 세계 최고의 인프라 구축 요구를 받는다. 불가능한 삼각형이다. 이에 대한 배려 없이 정책을 추진한다면 요금과 망 사용료, 인프라 성능을 둘러싼 논란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이다.


김용주 통신방송 전문기자 ky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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