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종목 육성이라는 국산 e스포츠계 숙원을 풀었다. 글로벌 흥행이 지속되면서 해외에서 배틀그라운드 팀이 잇달아 창단한다. 국산 종목이 글로벌 e스포츠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평가다.
클라우드9은 지난해 12월 배틀그라운드 팀을 창단했다. 클라우드9은 '리그오브레전드' '오버워치' '하스스톤' 등 종목에서 프로게임단을 운영한다. TSM(미국), NiP(스웨덴) 같은 명문 게임단 역시 지난해 배틀그라운드 팀 결성을 발표, 선수 수급에 나섰다.
OGN은 2월 열리는 배틀그라운드 리그 '플레이어언노운스 배틀그라운드 서바이벌 시리즈(PSS)' 결승 리그에 중국 3개 팀과 북미·유럽 3개팀을 선발해 참여시킨다.
아프리카TV가 주최하는 '아프리카TV PUBG 리그(APL)'는 중국 팀 참여가 꾸준하다. 지난해 12월 끝난 스플릿1에서는 중국 팀 2곳을 초대했고, 1월부터 진행한 스플릿2, 스플릿3에서는 중국 현지 선발전을 거쳐서 2팀을 뽑았다. 아프리카TV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배틀그라운드 인기가 워낙 높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블루홀과 펍지는 배틀그라운드 출시 초반부터 해외 게이머가 e스포츠에 참여할 수 있는 기반에 공을 들였다. 한국이 초강세인 다른 종목과 달리 배틀그라운드는 아직 독보적인 실력을 나타내는 강자가 없다.
블루홀은 지난해 8월 독일에서 열린 게임스컴에서 첫 e스포츠 대회 인비테이셔널을 열었다. 세계 각국 상위 랭커들과 유명 스트리머 100여명이 참여했다. 솔로, 듀오, 스쿼드 모드에서 각각 다른 국적 선수들이 1위를 차지했다.
같은 해 11월 지스타 기간 부산에서 열린 2017 PUBG 아시아 인비테이셔널에서는 스쿼드 부문에서 중국 iFTY가 우승했다.
e스포츠 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새로운 팀이 생기고 있어 얼마든지 신인급 선수에 의한 이변이 가능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국내에서도 KSV, 콩두 등이 배틀그라운 팀을 결성했다. 기존 한국 e스포츠단 중 가장 많은 투자를 집행한 SK텔레콤T1도 8월 배틀그라운드 팀을 창단한다.
국내 e스포츠산업은 그동안 스타크래프트, 리그오브레전드 등 주로 해외 게임 위주로 성장했다. 2000년대에는 블리자드 스타크래프트가 e스포츠 리그 주축이었다. 2010년 이후에는 라이엇게임즈 리그오브레전드가 메인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대기업 팀도 이 두 종목 외에는 투자하지 않았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가 글로벌 지식재산권(IP)을 가진 게임사와 협력해 지역 거점 e스포츠 시설 등을 어떻게 발전시킬지 고민해야 한다”면서 “트위치 등 글로벌 스트리밍 중계가 이미 비 게이머들까지 e스포츠까지 끌어들이기 때문에 아프리카TV 등 국산 플랫폼에 대한 섣부른 규제는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게임 전문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