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결선이 시작되는 2월 25일 오후 9시 31분. 스포츠 시청을 즐기는 김영수씨는 초고화질(UHD) TV를 보며 빙속 여제 이상화 선수의 올림픽 3연패 달성을 가슴 졸이며 응원하고 있다. “이상화 선수, 온갖 역경을 이겨내고 올림픽 3연패의 위업을 달성합니다”라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눈물과 땀으로 뒤범벅된 이상화 선수의 얼굴이 선명하게 클로즈업된다. “수고했어, 잘했어.” 김씨의 눈은 눈물로 그렁그렁하다.
이는 UHD 방송으로 즐기는 평창 동계올림픽을 상상한 장면이다. 이것이 현실이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지난해 말 부산·대구·대전·광주·울산 광역시권과 올림픽 개최 지역까지 UHD 시청이 가능해졌고, 이로써 80% 이상의 국민들이 도전과 환희 순간을 기존의 고화질(HD)보다 4배 이상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게 됐다.
지상파 방송사는 2013년 11월 UHD 방송 추진을 공식 선언한 '국민행복플랜 700' 이후 평창 동계올림픽의 UHD 방송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KBS를 비롯한 지상파 방송사는 최악의 재정 압박 속에서도 주파수 상황이 허용되는 최대 범위까지 송신망을 구축했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개·폐막식, 스피드스케이팅 등 8개 종목을 UHD로 중계한다. 피겨, 쇼트트랙, 컬링, 아이스하키, 스피드스케이팅 등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 봤을 종목뿐만 아니라 다소 생소한 에어리얼·모글·하프파이프 경기 현장도 더욱 생생하게 즐길 수 있다.
KBS, MBC, SBS는 각각 UHD 중계차로 1개 종목씩 중계에 나선다. 제안 초기에 UHD 중계가 올림픽 최초로 가능할지 의구심을 품은 올림픽 주관 방송사 OBS는 국내 방송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올림픽 개막에 맞춰 지상파 방송사는 UHD 방송 표준 ATSC 3.0 방식에 맞춰 새로운 서비스를 준비해 왔다.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해 11월 말부터 공동으로 인터넷과 지상파를 결합한 양방향 서비스 '티비바(TIVIVA)'를 시행하고 있다. 티비바로는 UHD 다시 보기, 50여개의 실시간 채널 시청이 가능하다. 올림픽 기간에는 전 경기를 실시간으로 스트리밍 중계한다. 이달 말에는 2.0 버전을 출시, 알고리즘을 활용한 시청자 맞춤형 서비스를 선보이며 양방향 서비스 시대를 본격 열어 갈 것이다.
또 올림픽 기간에는 지상파가 초고화질로 끊김 없이 수신되는 '모바일 체험버스'가 강릉 빙상장과 경포호를 오가며 탑승객을 기다린다. 지상파 방송사는 2020년 전국 시·군 단위까지 UHD 모바일 서비스 상용화가 될 수 있도록 정부 관계 부처와 준비하고 있다.
UHD 방송은 평창 동계올림픽이라는 단기 이벤트성으로 끝나지 않는다. 지상파 3사는 허가 조건에 따라 보도, 교양, 오락 등 다양한 분야의 UHD 프로그램을 전체의 5% 비중(2017년 기준)으로 편성한다. 이후 올해는 10%, 내년에는 15% 등 편성 비중을 매년 5%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처럼 UHD 방송이 확산되기까지 지난해 넘어야 하는 산도 있었다. UHD 방송 표준(ATSC 3.0)과 국내 제조사가 내놓은 UHD TV(DVB-T2) 간 방송 표준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전용 컨버터가 나옴으로써 문제가 해결됐다. UHD TV 옛 기종을 구매한 고객들도 몰입감 넘치는 화면으로 평창 동계올림픽을 즐길 수 있게 됐다.
1936년 손기정 선수가 마라톤에서 우승하던 장면을 선명하게 기억하는 것은 베를린 올림픽이 TV로 방송된 첫 올림픽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80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들과 국민들의 하나 된 열정이 UHD 최초 중계와 양방향 서비스 제공을 통해 더 감동 깊게 표현된 해로 기억되길 희망한다.
정화섭 KBS UHD추진단장jhs001r@gmail.com